“구속 가능성 높아져” “도대체 몇 번째냐”… 명·낙 또 정면충돌

입력 2021-10-13 04:05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내홍이 이어지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또다시 이재명 후보의 구속 가능성이 언급됐다. 결선투표를 요구하는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은 경선 종료 후 사흘째 정면충돌을 이어갔다.

이낙연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포문은 앞서 한 차례 이 후보의 구속 가능성을 언급했던 이낙연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이 열었다. 설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상황(이 후보의 구속)이 올 가능성이 굉장히 커져 있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이 후보에게) 대장동 사건과 전과, 스캔들 같은 흠결이 있고, 원팀이 안 되는 상태에서 본선에 나가면 (대선에서) 진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설 의원은 또 이 후보가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에 직접 연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장동과 관련된 최소한 세 사람의 당사자를 만났다”면서 ‘이 후보가 연루돼 있다고 들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네, 여러 사안이 있는데 (이 후보 형님 강제입원 문제와 별개의) 정신병원 감금 문제에 대한 증언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설 의원은 이날 관련 제보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설 의원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 전 대표 측의 결선투표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과 관련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도부가) 이 상태로 계속 가겠다면 당의 분열상태를 두고 본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선투표를 진행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을 수 있다는 엄포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스스로 결선투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송 대표를 향해선 이어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고 일방에 치우쳐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선 경선캠프인 ‘열린캠프’에서 활동했던 변재일(오른쪽 네 번째) 우원식(세 번째) 공동선대위원장 등 의원들이 국회에서 해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날 직접 대응을 자제했던 이 후보 측은 공개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의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설 의원이 너무 격앙돼 말씀하셨는데, 이것이 과연 이낙연캠프의 진의인지 헷갈린다”며 “공인된 국회의원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고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무언가 있는 것처럼 냄새를 피우면서 말은 안 하는 것이 지금 도대체 몇 번째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와 관련해선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는 것은 ‘내가 만든 룰을 1년 뒤에 와서 보니 나한테 불리하니까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이이서 온당한 문제제기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스스로 결선투표를 결단하라는 요구에 대해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경선이 다 끝나 후보를 확정한 상태에서 경선을 다시 진행하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설 의원이 제기한 ‘이재명 대장동 연루 의혹’과 관련해서도 “그렇게 확실한 정보가 있었다면 경선 중에 공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설 의원이 이렇게 할수록 이 후보에게는 오히려 좋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설 의원의 발언에 대한 법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 측 입장이다.

민주당도 설 의원에게 자중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설 의원의 대장동 관련 발언에 당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설 의원이) 아무런 근거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과도한 주장으로 당원과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승복의 정치 전통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