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논의 끝 “부동산은 국민관심 사안”… 文, 정면 돌파 의지

입력 2021-10-13 04:02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복 차림으로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탁현민(왼쪽 두 번째)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조선 시대 사또·무관 복장인 구군복을 입었다. 이번 이벤트는 한복문화주간을 맞아 한복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환기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대장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강조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대장지구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정치 개입 논란을 우려해 “청와대가 응답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랬던 청와대는 지난 5일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고, 1주일 만에 문 대통령 명의로 “신속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 나왔다.

청와대가 대장지구 관련 입장 수위를 점점 높이는 것은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라 정면 돌파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직접 메시지는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던 3번째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말 참모들로부터 ‘대장동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참모는 수사기관을 향한 문 대통령의 지시를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대장지구를 둘러싼 가짜뉴스가 퍼지는 상황에서 국민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정치적 오해를 우려해 청와대 차원의 공식 메시지는 불발됐다.

그러다 지난 3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더 이상 침묵을 지킬 수 없다’는 기류가 조성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이라 ‘사안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수준에서 입장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당시에도 참모들에게 ‘국민이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빠른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여당 경선이 지난 10일로 끝나면서 문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수사의 필요성을 촉구하는 입장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철저하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성역 없는 수사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부동산 특혜를 잡아내야 한다는 ‘원칙주의자’ 문 대통령의 성향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장지구 논란은 정치 영역 이전에 부동산 문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사태 당시 국민이 느꼈을 실망감을 반복하면 안 된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재명 후보측으로부터 문 대통령과의 면담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일제히 “부적절한 만남”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문 대통령이 대장동 게이트를 철저히 수사하라고 해놓고,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 후보를 만나겠다는 것은 모순이고, 선거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의원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특정당 후보와 비밀 회동을 하는 것은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으며, 대장동 비리를 공모해 은폐한다는 의혹도 받을 수 있다”며 “부디 잘못된 만남이 되지 않기를 거듭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세환 백상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