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하고 이례적인 별도평가… 공사, 끝내 채점표 비공개

입력 2021-10-13 00:03
김기현(앞줄 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 설치된 대장동 게이트 특검추진 천막투쟁본부 옆에서 회의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국회사진기자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과 유사하게 총점의 10%에 이르는 ‘별도평가’를 진행한 남양주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에 대해 “별도평가는 사실상 수의계약을 가능케 하는 만능키”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은 잠적 중인 남욱 변호사가 입찰에 참여했고 성남도시개발공사 출신이 사업단장으로 심사에 관여했다. 전문가들은 10% 비중의 별도평가 자체가 다른 사업들에선 매우 드문 것으로, 사업자 선정의 재량을 크게 넓히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한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을 놓고 벌어진 한 시행사와 남양주도시공사 간 법정 다툼 과정에서 100점(총점 1000점)의 별도평가를 놓고 “어떠한 사업조건을 제시하더라도 자신들이 선호하는 참가자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할 수 있는 만능키”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발사업 평가에서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는 평가 방법과 배점 기준, 점수 간격 등이 비교적 구체적이지만 별도평가는 예측 가능성조차 낮다는 문제 제기였다. 게다가 총점의 10%에 달할 정도로 배점이 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결과를 뒤집을 핵심 변수가 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문제의 별도평가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도 있었고, 관련자들이 겹치는 점은 대장동 개발사업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하던 A씨는 양정역세권 개발사업 공모 직전인 지난해 2월 남양주도시공사에 입사했고, 남 변호사는 양정역세권 공모에 응했다. 다만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에서는 남 변호사가 연관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진 못했다. 이후 A씨는 사표를 내고 해당 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일보는 A씨에게 관련 경위를 문의하려 했으나 A씨가 연락을 받지 않았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컨소시엄의 선정 별도평가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는지는 결국 검찰이 수사로 밝힐 대목이 될 전망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 도전한 컨소시엄 3곳은 별도평가 항목과 관련해 비슷한 사업계획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통상적이라면 똑같은 점수가 부여됐겠지만, 점수가 달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한부동산학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내부적으로 얘기가 된 항목을 넣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분야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법관 출신 변호사는 “0점부터 100점까지 자유롭게 줄 수 있는 구도”라며 “결과를 좌지우지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이상헌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