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이정미에 신승… 세대교체보다 인지도·경륜 택한 정의당

입력 2021-10-13 04:03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된 이후 후보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심상정 의원이 12일 선출됐다. 심 의원의 대선출마는 네 번째로, 본선 후보에 오른 것은 2012년 대선 이후 세 번째다. 심 의원은 수락연설문에서 “34년 번갈아 집권한 양당체제와 단절하고,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해체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결선투표 결과 심 의원이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51.12%를 득표하며 48.88%를 얻은 이정미 전 대표에게 신승했다.

심 의원은 수락연설문에서 “기후위기를 정치의 중심에 두고 당장 녹색연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 퇴직금 50억원 논란을 거론하며 “주4일제를 실시해 행복한 노동이 가능한, 시민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본선에서 민주당과의 구도를 어떻게 형성할지도 주목된다. 심 의원은 대선 출마 선언에서 “민주당과의 단일화는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바 있다.

심 의원은 이날 “부동산 투기를 잡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민주당에 다시 권력을 맡길 수 없다”며 “국민의힘은 파시즘의 길목을 어슬렁거리는 극우 포퓰리즘이라면, 민주당은 가짜 진보로 넘쳐난다”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개발이익 완전 국민환원제’를 공언한 것과 관련해 “누가 부동산 투기 공화국 해체의 적임자인지 겨뤄보자”며 무제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심 의원이 수락연설문에서 양당체제를 비판하며 특히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정권교체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경우 단일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정의당의 지지율은 2~3%대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와 박빙일 경우 단일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정의당과 민주당의 관계가 지난 20대 국회 당시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만큼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양당 내 주된 시각이다. 심 의원은 “34년 양당체제는 권력투쟁에 용이했을 뿐 국민도, 미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결과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의당 내 세대교체 흐름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 의원이 최종 후보로 선출되긴 했지만 4년 전까지만 해도 ‘포스트 심상정’으로 불렸던 이 전 대표에게 가까스로 이긴 것은 당내의 세대교체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당심은 인지도와 경륜 면에서 앞서는 심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진보정당 인물난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진보정당의 ‘대모’격인 심 의원은 1978년 서울대 사범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1985년 구로지역 노조 동맹파업을 주도한 사건으로 지명수배돼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 총선에서 낙선, 이후 19대에서부터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