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렇게 심각했나… “세계인구 85%가 영향 받아”

입력 2021-10-13 04:08
AFP연합뉴스

전 세계 인구 85%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환경오염 탓에 빨라지는 지구온난화를 남의 얘기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독일 베를린 기후변화연구소 맥스 캘러한 연구원 등은 11일(현지시간) 학술지 ‘자연기후변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 세계 육지 면적의 80%(남극 대륙 제외)에서 나타난 온도 및 강수량의 경향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기후에 대한 인간의 영향에 기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구밀도로 보면 해당 지역 거주자가 세계 인구의 85%를 차지했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이들은 농사 실패, 홍수, 폭염 등 지구온난화 관련 현상에 대한 연구 10만2160건을 분석했다.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판단을 내리는 일종의 인공지능(AI) 기술인 ‘머신러닝’을 활용했다.

캘러한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우리 사회와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문서화하는 방대한 증거 기반을 확보했다”며 “기후변화는 전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목격할 수 있고 눈에 띄게 나타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WP는 미국에서 올해 기후재해로 최소 388명이 숨지고 1000억 달러 넘는 재산 피해가 발생한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신문은 “올여름 태평양 북서부에서 수백명이 전례 없는 더위로 사망했다”며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역사적 가뭄이 기근으로 변하면서 100만명 이상이 기아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영국 런던 임피리얼칼리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 수석강사 프리데리케 오토는 85%보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아마도 과소평가됐다”며 “온실가스 배출로 전 세계 거의 모든 사람이 극심한 기후변화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보고서는 많은 지역이 기후변화로 큰 피해를 입고 있음에도 관련 연구에 소홀한 현실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가난한 나라에서는 약 4분의 1이 기온과 강수 변화의 영향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며 “부유한 나라는 그 수치가 3%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원주민의 날’인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원주민과 환경운동가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지난 8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선포했다.

미 정부는 다음 달 초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32개국이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30% 줄이기로 서약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20대 오염국 중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멕시코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이라크 등 9곳이 참여했다. 4대 메탄 배출국으로 꼽히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은 불참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