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오름세가 지속되자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려가 가장 큰 곳은 항공사다. 항공기 임대료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장부상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56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12일 “원화를 기반으로 사업하는 항공업 특성상 원화가 약세일 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항공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근심이 크다. 원유를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물론 정제한 원유의 60%가량은 수출해 달러로 대금을 받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높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원유 구입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영업이익을 상쇄시킨다고 설명한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철강업계도 정유사와 같은 이유로 부담이 커질 법하지만 환율 영향은 제한적인 편이다.
환율 상승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산업군도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잠정) 개선 배경엔 환율 상승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핵심사업장이 대부분 한국에 있고 수출할 때 달러로 거래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액이나 매출, 영업이익 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해외에 생산거점을 두고 현지 통화로 거래하는 가전과 스마트폰 등의 경우 원·달러 환율의 영향이 미미할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모든 사업이 달러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데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업황도 좋아 환율 상승을 반기는 분위기다.
수입 기업들엔 환율 상승이 부담 요인이다. 또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등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인들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정부가 원자재를 확보하는 데 힘을 써줄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김지애 양한주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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