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가 이번 주 막을 올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의 환희를 잇는다. 수년간 겨울 스포츠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며 쌓인 스토리에 신생팀까지 가세해 팬들의 즐길거리가 어느 때보다 많다.
2021-2022시즌 V-리그 남자부는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6개월 대장정을 시작한다. 여자부도 같은날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의 서울 장충체육관 경기로 첫발을 뗀다. 지난 시즌 남녀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준우승팀 간 맞대결인 만큼 접전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 흥행으로 도드람양돈농협과 역대 최대 규모인 3년 100억원의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프로배구는 여자 대표팀이 올림픽 4강에 올라 전 국민적 관심까지 받으며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여자부에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창단하며 남녀부 공히 7개팀 체제가 갖춰진 것도 도약을 이끌 큰 변화다.
남녀부 팀별 6라운드씩 36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면서 올 시즌 프로배구는 프로야구처럼 월요일을 뺀 ‘주 6일 체제’로 팬들을 찾는다. 정규리그가 막을 내린 뒤에는 기존에 없던 3·4위 간 준플레이오프 단판 대결이 고정적으로 열리면서 플레이오프(3전2승제)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까지 이어지는 ‘봄 배구’ 구도를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 제도의 도입도 새로운 변화다.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심이 직접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이 제도는 지난 컵대회에서 호평받아 V-리그에도 도입된다. 마케팅도 강화한다. KOVO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블루베리NFT와 함께 구단·선수의 초상과 캐릭터, 경기 영상 등을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NFT 농구카드 ‘NBA톱샷’을 발매해 성공한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케팅 사례를 볼 때 팬들의 호응이 예상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각 구단의 대결구도다. 남자부에선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2강 구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 창단 첫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핀란드 출신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새로 선임했다. 팀 스피드를 더욱 끌어올려 2년 연속 우승을 이루겠다는 각오다. 다만 폭행·불법촬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정지석이 초반에 빠지게 된 건 큰 공백이다.
우승 길목에서 대한항공에 연거푸 발목 잡히며 절치부심한 신영철 감독의 우리카드는 올 시즌 컵대회에서 기어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각축할 전망이다. OK금융그룹이 영입한 과거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레오와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득점왕에 오른 KB손해보험 케이타의 신-구 외국인 에이스 대결도 관심을 모은다.
여자부엔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 시즌 컵대회·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3관왕을 이룬 GS칼텍스는 메레타 러츠가 일본으로, 이소영이 KGC인삼공사로 떠나면서 전력의 공백이 발생했다. 반면 지난 시즌 최하위 현대건설은 국보급 센터 양효진에 대표팀을 경험한 정지윤 등 어린 선수들까지 성장하면서 GS칼텍스와 치열하게 경합할 전망이다.
도쿄 멤버 중 김희진 김수지 표승주를 보유한 IBK기업은행, 박정아가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염혜선에 이소영까지 가세한 KGC인삼공사도 탄탄한 전력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반면 김연경에 이재영·이다영 자매까지 잃은 흥국생명은 전력이 약해졌다.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전국체육대회에서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세터 박사랑이 부상을 당해 쉽지 않은 첫 시즌을 맞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의 첫 경기는 19일 광주염주종합체육관에서 KGC인삼공사를 상대로 열린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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