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살인’ 김태현 1심 무기징역… 국민 눈높이와 달랐다

입력 2021-10-13 04:02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사진)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나온 후 유족들은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절규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오권철)는 12일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의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우리 사회법이 수호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라며 “이를 침해하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23일 피해자 3명을 살해한 김태현에 대해 “피고인에게 극형 외에는 다른 형을 고려할 여지가 없다”며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 초기부터 쟁점은 ‘범죄의 계획성’ 여부였다. 이날 재판부는 계획범죄를 주장하는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전에 가족까지 살인을 계획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피고인은 (큰딸인) 피해자 A씨의 주거지를 범행 장소로 택했고, (A씨가) 저녁 10시쯤 귀가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미리 5시35분쯤 집을 찾아갔다. 가족 중 누군가를 반드시 마주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발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A씨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을 제압만 하려 했다는 김태현 측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범행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점도 계획성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A씨의) 동생이 반항을 시작하자 망설이지 않고 미리 준비한 흉기로 경동맥을 찔렀다”며 “범행 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귀가한 어머니까지 살해한 것은 결코 우발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는 김태현이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고 있고 이전에 벌금형 이상의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범행 후 도주하지 않은 점, 반성문을 제출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김태현은 법원에 19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사형을 선고하려면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며 “향후 격리된 채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반성·참회하고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사형 이하 형 중에서 가장 중한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무기징역 선고가 나오자 유족들은 “대한민국 법이 이래서는 안 된다”며 울부짖었다. 한 유족은 “3명이 아니라 5명을 죽여야 사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와야 사형을 선고할 것이냐는 항의였다. 유족들은 법원 앞에서 “검찰이 항소를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큰딸 A씨가 연락을 거부한 채 자신의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스토킹을 해왔다. 지난 3월 23일 택배 기사로 위장해 집으로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김태현은 범행 전 직장에 휴가를 낸 뒤 흉기를 구매하고 택배 기사로 위장하기 위해 박스를 준비했다. 범행 후에는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관련된 내용을 검색한 뒤 삭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