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이 본경선 스타트 총성이 울리자마자 ‘호남 구애’에 나섰다. 여당 텃밭인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민심을 파고들었다. 보수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 공략으로 영토를 확장해 대선 승리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이준석 대표는 1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최고위 회의를 열고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했던 것이 있다면 또 다른 민주당을 선택할 게 아니라 젊은 세대와 함께 가늘게 비치기 시작한 새로운 정치문화의 빛과 함께해 달라”며 국민의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회의에는 본경선에 진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전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젊은 시절 학생운동을 통해 독재와 맞선 후보(원희룡), 대선 패배하고 홀로 조용히 광주를 방문해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후보(유승민), 사모님이 호남 출신이라 호남의 사위라는 별칭을 가진 후보(홍준표), 학생 시절 모의재판에서 호남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독재자에게 중형을 구형했던 후보(윤석열)”라며 후보 4명과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각 후보도 회의에서 호남 유권자를 겨냥해 맞춤형 메시지를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지금 민주당이 법과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민주당이 5·18 정신을 독점할 자격이 있는지 광주시민들이 다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지율이 높은 홍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늘 한 자릿수 득표를 해 왔다. 홍준표가 나가면 호남과의 깊은 인연으로 20%가량 득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민주화의 성지를 넘어 호남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고, 원 전 지사는 “호남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대선 후보들은 회의에 앞서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한목소리로 5·18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다짐했다.
오후에 광주 KBS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본 경선 1차 TV토론에서는 유 전 의원과 홍 의원이 주도권 토론 시간 대부분을 윤 전 총장에게 할애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유 전 의원은 이른바 ‘정법 강의’를 한 역술인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이) 미신이 아니다. 유튜브를 보라’고 해서 봤더니 정말 황당한 내용들이었다”며 “어떻게 알게 됐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그런 걸 제가 믿을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법조계 생활 27년동안 칼 같은 이성과 증거에 의한 업무를 했다”고 맞받았다.
유 전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서도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와 장모 등을 거론하며 “혐의가 나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몰아세웠다. 이에 윤 전 총장은 “1년 6개월간 수사를 했지만 나온 게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전술핵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핵이 있는데 인정하지 않는다고 북핵이 사라지느냐”고 물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군축 협상은 할 수 없다”며 “그렇게 되면 얼핏 보기엔 안보를 강화하는 것 같지만 북한을 핵강대국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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