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경기지사 조기사퇴 건의에… 李 “심사숙고해 결정”

입력 2021-10-12 04:0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대선 후보로서의 첫 일정으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이 후보가 국립서울현충원 대신 대전현충원을 택한 것은 충청 표심을 노린 전략적 고려에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대위 구성 등을 위해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가졌다. 이 후보는 지사직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당 지도부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 후보는 18일과 20일로 예정된 국정감사까지는 지사직을 유지하며 대장동 이슈를 직접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당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사직 조기사퇴를 강하게 건의했다.

이 후보는 11일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당 지도부와 첫 공식 면담을 가졌다. 이 후보는 면담 직후 기자들을 만나 지사직 사퇴와 관련해 “고민해 보겠다. 경기지사로서의 책임도 있고 여당 후보로서의 책임도 있어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데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답변은 앞서 송영길 대표가 면담에서 이 지사의 조기사퇴를 건의한 데 대한 것이다. 송 대표는 “이제부터 이 후보는 단순한 경기지사가 아니라 집권여당의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된 것”이라며 “하루속히 지사직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대통령후보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사직 조기사퇴가 거론되는 건 대장동 이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후보는 18일과 20일에 각각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에 경기지사 신분으로 출석이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성남 대장지구 개발사업 관련 공격적인 질의를 벼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 후보가 전면에서 야당의 공세에 맞서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의 대선후보가 국감장에 피감기관의 장으로 국감장에 서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비후보 등록이 늦어지면서 선거운동상 각종 제약이 발생하는 점도 당 지도부가 조기사퇴를 요청하는 이유 중 하나다.

대신 민주당은 대장동 이슈를 당 중심으로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송 대표는 “당내에 바로 대장동에 관련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전 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이슈에 대응하며 공약으로 제시한 부동산 개발이익 환수제도 역시 당 중심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이슈를 포함한 야권의 각종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선대위 구성작업에도 곧장 착수했다. 당에서는 윤관석 사무총장, 캠프에서는 조정식 총괄본부장이 선대위 구성을 위한 실무안을 논의키로 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계획은 그간 이 후보가 밝혀온 입장과는 일부 상충한다. 이 후보는 그간 대장동 이슈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었다. 최소한 관련 국감까지는 방어하고 지사직을 내려놓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상황에서 이 후보가 당 지도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도 부담이 따른다. 이재명캠프 관계자는 “지사직을 곧장 내려놓으면 특검도 국감도 회피하려 한다는 야당의 공세가 불 보듯 뻔한 상황이고, 당지도부의 강한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후보가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국감이 얼마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금명간 지사직 사퇴시점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후보의 첫 공식일정은 대전현충원 참배로 시작됐다. 역대 대통령 묘역이 안치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지 않은 점을 두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참배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는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