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당규’ 아전인수 해석…명-낙 갈등 ‘불복’ 금기어까지 등장

입력 2021-10-12 00:06
최인호(오른쪽) 이낙연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는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결과 공개 하루 만에 당내에서 위험 수준의 갈등이 계속 터져나왔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 측에선 경선 결과를 놓고 ‘부정선거’ ‘경선 불복’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거리낌 없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경선 결과를 뒤집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와 이 전 대표 측의 충돌을 촉발시킨 기폭제는 ‘무효표 처리’ 문제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에서 중도 사퇴했던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사퇴 전에 얻었던 표를 유효 처리해야 하며, 이럴 경우 이 후보 득표율은 49.32%로 과반에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과반 득표 후보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결선투표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낙연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홍영표 설훈 의원 등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무효표 처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석의 논란을 낳은 규정은 당 특별당규 제59조 1항 ‘후보 사퇴 때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부분이다. 이낙연캠프는 이 조항을 근거로 경선 후보 사퇴 전에 얻은 득표는 무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월 13일(정 전 총리 사퇴일) 이전에 정 전 총리에게 투표한 2만3731표와 9월 27일(김 의원 사퇴일) 이전에 김 의원에게 투표한 4411표가 유효투표라는 것이다.

김종민 의원은 “이들 표가 무효가 되려면 ‘사퇴한 후보의 모든 표는 무효’라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며 “당 선관위는 당시 유효투표라고 발표했는데 나중에 갑자기 빼버렸다. 의도했다면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특별당규 60조 1항 ‘공표된 결과를 합산해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는 문구를 놓고도 갈등이 빚어졌다.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얻은 표를 합치면 분모가 커지기 때문에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과반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 측은 중앙당사에 대선 후보 결정 건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외부 일정 없이 자택에 칩거했다.


반면 당 지도부와 이 후보 측은 50.29%의 전체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 후보가 후보로 확정됐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 측은 특별당규를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얻은 득표가 무효가 맞는다고 강조했다. 또 2012년 대선 경선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빚어졌는데, 그 당시에도 무효표로 처리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근택 이재명캠프 대변인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 측은) 이의제기가 경선 불복은 아니라고 하지만 국민과 언론이 보기에는 불복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고 했고, 김 의원은 “정한 룰대로 계산했을 때 이 후보가 최종 승자로 정해진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