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못이 있고, 용두에서 포를 발사하는 거북선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외부의 완벽한 설계가 있지만 내부를 보면 수군이 쉴 수 있는 공간도 갖춰져 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수군을 고객으로 배려했다는 점에서 이순신 장군은 훌륭한 리더다.”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임원 워크숍에서 한 발언이다. 오는 14일 취임 1년을 맞는 정 회장은 내부 구성원을 회사의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변화를 요구하는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함께 미래를 향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 역할의 창의적 변화는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제조기업에서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1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어려워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지난 1년간 ‘인류의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고민하며 기업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재정의해왔다. 특히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게 우리의 소명”이라고 사내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 관계자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정 회장은 로보틱스와 UAM, 자율주행, 수소 경제 등에서 자신의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세계적인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사내 로보틱스랩을 통해 의료용 착용로봇 ‘멕스(MEX)’와 인공지능(AI) 서비스 로봇 ‘달이(DAL-e)’ 등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과 주행거리를 갖춘 항공용 수소연료전지 파워트레인 개발을 추진하고,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도시와 싱가포르 등과 UAM 이착륙장 관련 협업도 진행 중이다.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 EV6, GV60을 차례로 출시하는 등 전동화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은 수소를 미래와 지구, 인류를 위한 솔루션으로 보고 “현대차그룹이 수소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가 가능한 기술적 수단을 모두 활용해 미래를 지키려는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확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그룹의 역량을 결집했다. 그 결과 현대차·기아는 올해 9월까지 505만여대를 판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1% 성장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9월까지 작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53만2000여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하는 등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입지도 굳히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