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낙연 이의신청 접수, 경선 불복하겠다는 건가

입력 2021-10-12 04:01
여당이 대선 후보 경선 내내 시끄럽더니 경선이 끝난 뒤에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다. 경선 뒤엔 ‘한 팀’이 되겠다던 약속이 무색해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측은 11일 이재명 경기지사의 승리로 끝난 전날 경선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결선투표 실시를 요구하는 이의신청서를 당에 제출했다. 집권당 대선 주자가, 그것도 국무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인사가 사실상 경선 불복에 나선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때 중도사퇴한 후보들이 얻은 표를 무효표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이 지사 득표율이 49.32%로 절반에 못 미쳐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경선 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고 규정된 특별당규 59조를 들었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를 후보가 사퇴한 뒤에도 지지표가 나올 경우 무효표로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지, 사퇴 전 정상적으로 치른 순회경선에서 얻은 표까지 포함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 규정에 대해선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지난달 중순 ‘사퇴한 후보자의 기존 득표도 무효표로 처리해야 한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선관위 결정이 못마땅했다면 당시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했어야지 경선이 다 끝나고 후보도 확정된 마당에 제기하는 건 온당치 않다. 당시만 해도 이 지사와의 득표차가 워낙 커서 구태여 선관위 해석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가 10일 최종 경선에서 뜻밖의 결과가 나오자 뒤늦게 상황을 뒤집어보겠다는 것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 전 대표 측은 이번 이의제기를 축구에서 심판 판정에 이의가 제기되면 영상판독장치로 다시 판단하는 것에 비유했다. 하지만 그 역시 경기 중에 이의를 신청해야지 승패가 정해지고 선수와 관중이 경기장을 다 떠난 뒤에 제기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 전 대표가 속히 경선 결과에 승복하는 게 당은 물론, 본인을 위해서도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당규가 애매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의를 제기할 때를 놓친 것도 잘못이긴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집권당이 경선 불복 시비로 시끄러워지면 국민만 더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신사 정치인’으로 통했던 이 전 대표의 명예가 실추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 전 대표가 대승적 차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송영길 대표도 불복 시비가 조기에 가라앉을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