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도권 모 세관에서는 “직원 A씨가 사무실에서 공용 컴퓨터로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채굴하고 있다”는 내부제보가 접수됐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막대한 전력이 소요되는데 실제 올해 1∼3월 A씨가 근무한 세관의 전기사용료가 평소보다 월 200만∼300만원이 더 나왔다. 그러나 해당 세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의혹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관세청 본부는 지난 6월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관세청은 “사실관계를 철저히 조사하여 그 결과를 상세히 밝히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세청은 지난달 외부에 결과를 알리지 않고 조용히 사건을 종결했다. 징계 수위도 ‘솜방망이’였다.
관세청은 일단 A씨의 암호화폐 채굴 의혹에 대해 채굴기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왜 채굴 의혹이 불거진 3개월 동안 해당 세관만 전기료가 지나치게 많이 나왔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조사과정에서 A씨의 새로운 비리 행위가 적발됐다. A씨는 주변 지인들에게 다단계 형태의 암호화폐 채굴 대행업체 투자를 알선하고 해당 업체로부터 추천 보너스 등 명목으로 약 7000만원 상당을 수수했다.
관세청은 지난달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직원에게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내렸다.
가상자산 관리·감독 정부 태스크포스(TF)에 소속된 기관인 관세청 내부에서 관련 비위 행위가 일어난 것 치고는 지나치게 낮은 수위의 징계라는 지적이다. 징계위원장은 관세청 차장이 맡고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의 임재현 관세청장은 지난 3월 취임하면서 “ 세정기관으로서 더욱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세관 직원들이 전기절약을 하지 않았다는 게 관세청 조사 결과”라면서 “임 청장이 말한 더욱 엄격한 윤리기준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