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유럽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기적 같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이동 제한 조치 완화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 소비가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7200억 유로(약 955조원)에 달하는 유럽연합(EU)의 경제회복기금이 본격 투입되면 성장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최근 유로지역 경기회복 모멘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최근 성장세가 둔화된 미·중을 바짝 쫓으며 가파른 경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4월부터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면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망치(1.4%)를 훨씬 뛰어넘는 2.2%를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유럽 성장률을 각각 4.6%에서 5.0%, 4.3%에서 5.3%로 상향했다.
대면서비스업의 활황세가 성장률을 견인했다. 민간소비는 1분기 -2.1%에서 2분기 3.7%로 반전했는데 이 가운데 도소매·음식업·문화예술 등이 -1.1%에서 5.0%로 큰 폭 상승했다. 고용 측면에서도 코로나19 기간 실업수당 확대보다는 단축 근로와 휴직 전환 등 고용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게 유효했다.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 들어선 2분기에 이들 업종의 근로시간은 6.0% 증가하며 고용을 안정시켰다. 역내 유동인구는 독일 102.1(코로나 이전=100 기준), 이탈리아 100.7, 프랑스 94.3 등으로 코로나 이전 국면을 대부분 회복했다.
EU의 인프라 투자 계획인 경제회복기금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집행되는 것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기금은 지난 8~9월 16개국에 515억 유로가 집행됐으며 연내 140억 유로가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이 기금은 코로나19 극복 및 중장기 경제도약을 위한 ‘차세대 EU 발전기금’의 89.7%를 차지하는 규모다. 기금이 원활하게 집행될 경우 97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연평균 1.1%의 성장률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미·중을 괴롭히고 있는 공급 병목 현상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 성장률을 둔화시키겠지만 4분기 중 유럽지역 GDP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하고 여타 신흥국도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인해 경기회복이 더딘 상황”이라며 “유럽의 견조한 성장 흐름은 당분간 글로벌 경기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