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 가능한가

입력 2021-10-09 04:01
정부가 어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다. 당초 목표(26.3%)에 비해 무려 13.7% 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정부는 다음 달 제26차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에서 최종 확정된 NDC를 발표하고 12월 유엔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입법 취지와 국제 동향 등을 고려해 새 목표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 문제를 조금이나마 완화하기 위해서도 온실가스 감축과 그린재생에너지 확대는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할 인류 공동의 과제다. 어느 나라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정부의 NDC 상향 조정이 인류 공존에 이바지하는 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런 대의와는 별도로 새 NDC 목표치가 우리가 감내할 수준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온실가스 감축엔 그 이상의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새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온실가스 4.17%를 감축해야 한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2.81%, 유럽연합은 1.9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감축률이 턱없이 높다. 제조업 비중이 이들 나라보다 높은 우리나라가 더 강도 높게 온실가스를 줄이는 건 비현실적이다. 희망고문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벌써부터 산업계에선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불만이 비등하다고 한다. 특히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업계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발전사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책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역기능이 크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했다.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산업계와 국민 의견을 더 들어야 한다. NDC 40%는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명시된 하한선 35%에 비해서도 높다. 산업계로선 이 하한선도 부담이다. 이런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그럼에도 실현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 달성을 밀어붙일 경우 대의마저 잃게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 목표가 내년 5월 들어서는 차기정부에서 그대로 계승될지도 의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물러가면 그만이나 더불어민주당 정부든, 국민의힘 정부든 그 어떤 정부든 NDC 40% 추진에 따른 부담과 책임은 오롯이 차기정부 몫이다. 산업계는 물론 국민생활 전반에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새 정부에 공을 넘기는 게 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