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알파’ 검토 보고서 묵살”… ‘유원’일까 ‘유투’일까

입력 2021-10-08 00:03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포토라인이 설치돼 있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현철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개발사업2처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민간사업자의 초과 이익 환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손으로 써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에게 보고했으나 최종 지침에선 빠졌다고 진술했다. 사업 당시 개발사업2팀장이었던 이 처장 외에 김문기 당시 공사 개발사업1팀장(현 개발사업1처장)도 비슷한 의견을 보고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윗선’인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조만간 유 전 개발본부장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처장은 2015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지침 수립 당시 “플러스알파 검토가 필요하다는 수기(手記) 보고서를 써서 유 전 개발본부장에게 제출했지만 이후 조항이 빠졌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김 처장이 팀장이었던 개발사업1팀도 전자문서 형태로 검토 의견을 유 전 개발본부장에게 정식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무팀 2곳이 모두 책임자에게 민간사업자의 초과 이익 환수 검토 의견을 냈지만 묵살된 셈이다.

실무 검토 보고서는 유 전 기획본부장이 유 전 개발본부장을 통해 대장동 사업 담당이던 개발1팀의 의견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공사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유 전 개발본부장의 꼼꼼한 성격 탓에 2팀에도 의견 청취를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처장과 이 처장은 검찰에서 “유 전 개발본부장이 실제 유 전 기획본부장에게 검토 의견을 전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검찰 수사는 소신 의견을 낸 실무진이 윗선의 압력을 받았는지, 공사 내부에서 문서가 기안되고 승인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장동 사업 주무부서가 2015년 2월 2팀에서 1팀으로 돌연 변경된 것을 두고 공사 안팎에선 “유 전 기획본부장의 측근인 김 처장에게 사업 계획을 맡기려고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다만 이 처장은 주변에 “핍박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처장은 지난 6일에 이어 이날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취재진에게 “(윗선 지시는) 일절 없었다”고 말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7일 검찰의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 수사 촉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해 박성진 대검 차장 등 검찰 지휘부를 만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법조계에선 공사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을 복원하는 일이 결국 배임 혐의 판단 여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누가, 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최종 공모지침서에서 뺐는지’에 대한 전모를 밝혀야 ‘민간사업자가 가져간 과도한 이익으로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배임 구조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사에서 작성된 사업협약서가 문제로 떠오르면서 사업 초기 기획 단계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제공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특혜 여부가 규명돼야 이 과정에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도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청과 공사 간 오간 공문 등도 검찰 수사의 영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공모지침 최종 마련 과정에 성남시청의 승인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사 이사회에서는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승인 결정을 낼 수 없고, 공사의 중요한 재산 취득과 처분 등 결정과 관련해선 반드시 시청의 예산법무과를 거쳐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유 전 기획본부장과 김 처장 등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하나은행에서 실무를 맡은 이모 부장도 검찰에 출석했다. 아울러 공사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는 오는 11일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다.

구승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