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가려 권순일 썼다?… “대법관 허가 있어야 가능”

입력 2021-10-08 04:04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의 권순일 전 대법관 방문 기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외부인의 대법관 방문은 대법관 또는 대법관실의 사실 확인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인물 김만배씨가 형식적인 차원에서 권순일 전 대법관의 이름을 명시했을 뿐 이발소 이용 등으로 대법원을 찾았다고 해명한 것과는 배치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7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의 관련 서면 질의에 “대법원 출입 담당 직원은 원칙적으로 방문 대상 대법관실에 방문 신청자의 방문 예정 여부를 확인한 후 출입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대법원청사 출입에 관한 내규 7조 2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조항은 외부인이 종합민원실이나 도서관 열람실이 아닌 대법원 내 다른 사무실을 찾을 때, 방문하려는 사람과 해당 부서에 전화해 방문이 허가된 경우만 출입 시킨다고 규정한다.

김씨는 2019년 7월 16일부터 지난해 8월 21일까지 모두 9차례 대법원을 방문했고, 이 중 8차례는 방문지를 ‘권순일 대법관실’로 적었다. 특히 5번의 방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전에 이뤄졌다.

김씨는 대법원 출입기록이 공개되자 “대부분 청사 내에 근무하는 후배를 만나거나 단골로 다니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 방문이었다”며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외부인 방문은 규정상 방문하고자 하는 대상에게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거짓 해명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김씨와 권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권 전 대법관이 김씨를 만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