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1964년 UNCTAD 설립 이래 유일무이한 사례가 됐다. 국제사회의 공인을 통해 오랜 목표였던 ‘선진국’에 도달한 지금 대한민국의 미래 설계는 달라져야 한다. 선진국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진 2021 국민미래포럼에서 ‘매력국가’라는 키워드가 제시됐다.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7일 국민일보가 ‘소프트파워 시대, 대한민국은 어떤 선진국이 될 것인가’란 주제로 개최한 국민미래포럼 주제발표에서 “국제사회를 구성하는 각 나라 사람들이 존중하고, 따라하려 하고, 함께하고 싶어하는 것이 매력이고, 그런 것을 만들어가는 나라가 매력국가”라며 “이제 우리는 ‘인류보편 매력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기여하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토대 위에서 선도적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미래의 소프트파워를 결정하는 필수 요소로 △인권, 자유, 평등, 공정 등의 가치 추구 △보편적 문화경쟁력 △선도적 아이디어와 실험, 정책 △개방성과 다양성 △국제사회 기여를 꼽았다. 그는 “국가 운영체제 전반에서 다른 나라들이 배우고자 하는 모델 국가냐 아니냐가 상당히 중요한 선진국의 기준”이라며 “선진국 대한민국의 미래 방향에 가장 필요한 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책임, 인류보편의 가치 추구”라고 덧붙였다.
특별강연에 나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소프트파워 시대의 선진국은 양보다 질이다. 우리는 양은 충분한데 질이 아직 못 미치고 있다”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확대를 거듭 강조했다. 2000년 유엔이 설정한 선진국의 공적개발원조(ODA) 기준은 국민총소득(GNI)의 0.7%인데, 한국은 아직 0.15%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또 “세계 각국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거치며 환경 파괴와 기후위기 문제에 직면했다. 국제사회에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책임감은 선진국의 필수조건”이라며 “한국이 기후변화협정에 모범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축전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는 위기 속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상생과 나눔의 정신은 K방역의 모범을 만들어냈고, 함께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은 탄소중립을 위한 적극적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세계로 가는 길에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은 기조강연에서 “국가운영 소프트웨어를 전면 혁신해 경제발전과 사회발전의 선순환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혁신(대기업+IT벤처)과 소프트 혁신(한류 콘텐츠)이 결합하면 소프트파워 강국이 될 수 있다”며 K팝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도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가 균형을 이루고 상호작용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건강한 개인주의와 소통 문화를 강조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2021 국민미래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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