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소프트파워가 선진국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문화 콘텐츠산업 등 한국 소프트파워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그에 걸맞은 정치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7일 ‘2021 국민미래포럼’ 패널발표 및 종합토론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일시적인 흥행에 그치지 않고 성장하기 위해선 하드파워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는 “선진국으로서 한국이 긍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기존 제도를 바꾸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K정치, 비판과 저항을 넘어 소통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장우 경북대 교수는 패널발표에서 BTS, 블랙핑크 등이 이끄는 K팝의 세계적 흥행을 한국만의 ‘K이노베이션’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K이노베이션은 모방이 아닌 산업을 창조하는 혁신가들에 의해 이뤄졌고 K팝도 마찬가지”라며 “한류 콘텐츠에 담긴 친절 겸손 사랑 등의 인류 보편적 가치가 ‘제조업이 강한 매력국가’라는 한국형 선진국으로 우리를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포맷을 해외에 수출하게 된 한류 콘텐츠의 현주소와 함의도 짚었다. 이선영 CJ ENM 총괄프로듀서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인 ‘너의 목소리가 보여’ 포맷이 최근 23개국에 판매돼 성공적으로 방송되고 있다”며 “각종 기록을 깬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잘 만든 콘텐츠들이 다른 산업을 견인하는 효과를 낸다. 디지털 시장에서 콘텐츠 역량을 더 키워 앞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시대 글로벌 플랫폼 영향력이 세계 콘텐츠 시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데 해외 공룡 OTT들의 저작권 독점 플랫폼 종속이 우려된다”며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프트파워 중심에 젊은 세대가 있는 만큼 세대간 소통과 교류에도 힘써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80년대생인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기성세대는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MZ세대는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라온 존재”라며 “서로 다른 담론을 가진 사람들이 교류하지 않는 양극화 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사회와 정치를 조직할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종합토론 좌장을 맡은 이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치 분야에서도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는 한류가 생겨나길 바란다”고 정치권의 혁신을 당부했다.
양한주 김지훈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