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 등 보유 자동기상장비 예보 활용률 11% 불과

입력 2021-10-08 04:05
국민일보DB

전국 1700개가 넘는 지점에 기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자동기상관측장비(AWS)’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예보에 활용되는 데이터는 6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과 산림청 등 기상 상황을 직접 살피는 기관의 AWS를 제외하면 활용률은 10%대에 불과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탓에 예보 정확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웅래 의원실이 기상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AWS 활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AWS에서 측정된 자료가 실제 기상청의 예보 수치 모델에 투입되는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63%(1710개 중 1077개)에 불과한 것으로 7일 나타났다. AWS는 기온, 강수, 습도 등 기상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장비다. 기상청은 AWS 자료를 토대로 기상 예보 데이터를 만든다. 자료가 수치예보모델에 더 많이 입력될수록 예보 정확도도 높아진다.

기상청과 산림청이 운영하는 993개 AWS가 100%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 기관 및 지자체 관리 소관 AWS의 활용 실적은 더욱 낮다. 실제 전국 지자체 등이 보유한 717개 AWS 활용률은 11.7%에 불과했다. 이 중 경기도(150개 중 84개 활용)를 제외하면 나머지 지점의 활용률은 0%다.

기상청은 2013년 기상관측표준화법이 시행되면서 기상 관측 데이터를 지자체 등과 공동으로 활용키로 했다. 기상청이 관리하는 지점 수가 적어 다른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AWS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해 예보 정확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예보 모델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통합 관리 네트워크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자체 관측 자료 형식과 예보 모델 적용 형식이 다르다”면서 “형식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자체 AWS 관측 자료는 전송 지연시간이 평균 13.2분으로 기상청 AWS 관측 자료의 지연 시간(3분)에 비해 4배 늦다. 타이밍을 놓친 데이터는 예보모델에 투입되지 못하고 실황 분석으로만 활용된다.

각 지자체 담당자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낮은 것도 활용률이 저조한 이유다. 기상청에서 지자체 담당자에게 데이터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난 바로 다음 날 인사 이동이 난 경우도 있었다. 기상 자료 관리를 가욋일로 여기는 지자체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셈이다. 노 의원은 “국가 차원의 기상관측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상관측표준화법을 전면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용일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