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내수 부진에 자산 버블, 인플레 우려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거시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매달 발표하는 ‘경제 동향’에서 지난 5월부터 이어온 ‘경기 회복’ 표현을 삭제하고,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7일 진단했다. 대면서비스업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KDI는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주요 대면업종에서 생산이 감소하고 고용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 8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계절조정) 0.2% 감소했고 특히 서비스업 생산이 주요 대면업종을 중심으로 0.6% 감소한 바 있다. KDI는 지난해 서비스업 생산 감소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서비스업 생산은 부진이 심화됐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던 제조업에 대해서도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중간재 수급 불안으로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생산이 위축되고 기업심리지표가 하락하는 등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실제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도 지난 7월 101에서 10월 92로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자산 버블 부분도 경제의 악재로 부상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펴낸 ‘2022년 경제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임금, 주거비 등 기조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져 시장을 자극할 경우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과도한 부채가 금융 시스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는 가계의 소비 여력마저 깎아 먹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국내 경제성장과 뗄 수 없는 관계인 글로벌 경기의 개선 흐름이 최근 약해지는 등 위험 신호도 점증하고 있다. KDI는 “다수의 신흥국에서 경제활동 위축이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에 세계 공급망 교란과 대면서비스업의 부진이 개선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고조에도 주목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등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 전환, 중국 헝다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 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는 잇달아 긴급 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과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나섰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올해 3.9% 성장에 이어 내년에는 경제 성장률이 2.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탁 연구위원은 “방역 조치 완화에 힘입어 내수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가 예상되지만, 코로나19 대응책 축소와 수출 경기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성장 모멘텀은 점차 약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