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웅, 녹취록 공개됐는데도 ‘기억 안 난다’고 할 텐가

입력 2021-10-08 04:02
수사당국이 지난해 총선 전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조성은씨 간에 오간 두 건의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복구된 녹취록에는 김 의원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와 기자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경위와 목적이 담겨 있다고 한다. 수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수사당국의 공식 확인을 거친 게 아니어서 다소 성급할 수 있으나 전해진 김 의원 발언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충격적이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고발장을) 우리가 만들어 보내주겠다” “꼭 대검 민원실에 접수해야 한다”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자회견 등을 통해 줄곧 ‘기억이 안 난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제보자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결백을 주장한다. 지금도 이러한 입장에 변함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녹취록에 왜곡이나 과장, 거짓이 없다면 그동안 김 의원은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이제라도 김 의원은 알고 있는 모든 걸 국민 앞에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차마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수는 없을 게다. 피하고 숨어봐야 처지만 더 옹색해진다. 국회의원으로서 무엇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인지 결정을 내릴 때다. 그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이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김 의원 소환조사를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

녹취록대로라면 검찰의 선거개입, 정치개입이 명백하다. 사건의 핵심은 검찰의 어느 선까지 관여했는지 여부다. 당시 검찰총장이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검찰 총책임자로서 지휘책임까지 면책되긴 어렵다. 여야는 오로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 사건에 접근하고 있다. 이 같은 정략적 태도는 공수처 수사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해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