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뇌물수수 및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시절 원래 인사규정보다 자격기준을 훨씬 더 낮춰 김민걸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를 ‘맞춤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김 회계사는 유씨에 의해 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미국 도피 중인 남욱 변호사의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는 투자사업팀장으로 임명됐다.
두 사람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1800억여원의 확정수익만 가져가고, 나머지 4000억여원은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갖도록 사업구조를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들이다.
7일 성남시의회와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공사는 2014년 9월 25일 직원모집 공고를 내고 회계분야 전문직 ‘가’급(지방공무원 3급 상당)과 법률분야 전문직 ‘나’급(지방공무원 4급 상당) 채용에 나섰다. 그 당시 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었던 유씨는 인사위원장까지 맡고 있었다.
그러자 시의회에서는 채용 계획을 반대했다. 같은 해 8월 27일 제205회 도시건설위원회 2차 회의에서 개발공사의 채용공고 계획을 알게 된 강한구(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사업에 맞는 전문가를 쓰되 붙박이가 아닌 임시직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이같이 여야 시의원 모두 인력 증원에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지만, 공사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조직 확장과 더불어 전문직 채용을 진행했다.
채용 당시 자격기준도 턱없이 낮았다. 당시 자격기준에는 ‘가급 회계분야 전문가는 공인회계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관련 분야 경력 3년 이상’ ‘나급 법률분야는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로만 규정돼 있다.
김 회계사와 정 변호사가 채용된 뒤인 같은 해 10월 21일 시의회 제207회 행정기획위원회 4차 회의에서는 박윤희(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과연 이분(김 회계사)이 전력기획팀 업무를 총괄할 자격이 있느냐. 일반 자격증을 가지고 3년 이상 경력이라는 건 공사의 다른 인사규정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는가.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내정된 사람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그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문직 채용기준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의 채용기준보다 훨씬 낮았다. 2017년 실시된 서울주택도시공사 전문직 채용에는 법무담당 나급(지방공무원 4급) 지원자격이 ‘변호사 자격 취득 후 3년 이상 해당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공고됐다.
심지어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9년 김 회계사나 정 변호사보다 훨씬 직급이 낮은 ‘다’급 전문계약직 행정법무 담당 직원을 채용하면서 ‘변호사 자격 취득 이후 해당 분야 경력 3년 이상인 자’라고 공고했다.
김 회계사나 정 변호사 모두 일반적인 전문계약직 공무원 채용 자격기준보다 훨씬 낮은 기준으로 채용된 것이다. 정 변호사의 경우 채용 당시 변호사 업무 경력은 전혀 없었으며 국회의원실 근무경력만 있었다.
당시 공사 직원이었던 A씨는 “가급이나 나급은 공사 간부다. 전문지식뿐 아니라 경험까지 요구되는 자리”라며 “공사 사장을 제쳐놓고 인사권을 휘두르던 유씨가 특정인을 내정해놓고 자격기준을 완화한 게 아니냐는 말이 당시에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은 “2019년 변호사 1명을 채용할 때는 로스쿨로 인해 법조인 인력풀이 많아져 자격기준을 강화한 것”이라며 “공기업마다 채용기준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공사 규모는 전국 3위로 다른 산하기관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말했다.
성남=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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