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연내 화상 정상회담 ‘역대 최악’ 미·중 관계 전환점 될까

입력 2021-10-08 04:05

미국과 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미·중 관계 전환점 마련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중 갈등은 그러나 인권, 군사, 무역, 경제, 대만·남중국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진행되고 있어 실질적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양측 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수준의 어정쩡한 봉합 전망도 제기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 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화상 정상회담 아이디어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한 뒤 제안됐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설리번 보좌관은 중국 측과 고위급 접촉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미·중은 최근 갈등 자제 시그널을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지 않고,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중 관계는 대만과 남중국해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더욱 악화했다. 중국은 최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전투기 56대를 출격시키기도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우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외교적, 경제적 압박과 강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도발적 행동으로 지역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강제 노동 및 인권 침해를 비판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하도록 회담국을 설득한 바 있다.

설리번 보좌관 역시 이날 회동에서 인권 문제와 신장, 홍콩, 남중국해,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해하는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제기했다. 또 미국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자국 국력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중국과의 섣부른 합의가 공화당의 비판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부담도 갖고 있다. 백악관은 미 상원에서 통과된 신장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 대해 최근 “입장이 없다”고 밝혔는데, 공화당으로부터 “기후 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중국의 지독한 인권 침해를 무시하기로 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