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의 지혜로운 자는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라고 간구한다.(잠 30:8) 물질에 관한 중용의 미덕이 신간 ‘랜디 알콘의 기빙-우리가 나눌 때 일어나는 일들’의 핵심 메시지다.
랜디 알콘 목사는 성경적 재정관리 연구의 권위자다. 미국 오리건주 그레셤 선한목자교회에서 14년간 담임으로 섬겼고, 현재는 가난한 이들을 돕는 선교단체 EPM의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30년간 ‘돈, 소유, 영원’ ‘헤븐’ ‘내 돈인가, 하나님 돈인가?’ 등 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 팔린 책들을 저술했는데, 인세 전액을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드려왔다. 우리말 번역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공인회계사로 일하는 김신호씨가 맡았다.
저자는 멋진 인생이 무언지 묻는다. 물질만능주의자들이 자기 파괴를 일삼으며 움켜쥐는 사람들이라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은 나눔을 통해 더욱 풍요로워지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멋진 인생은 부유함이나 즐거움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돈과 소유물을 다른 사람들의 필요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쁨으로 나누며, 이때 얻게 되는 더 크고 지속적인 부유함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헬라어 ‘아가페’의 경우 킹제임스 성경에서 종종 ‘사랑’으로 번역되지만, 29차례는 ‘자선’으로 번역됐다고 저자는 밝힌다. 사랑은 곧 주는 것이며, 관대함은 사랑의 행위라고 강조한다. 사랑은 시간을 포기하는 것이고, 돈을 포기하는 것이며, 특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웅변한다. 결국 사랑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곧 특권이라고 강조한다.
책엔 진정한 부의 원천에 대한 깊이 있는 성경 해석 이외에도 나눔에 관한 기적의 현장들, 석학들의 경구들을 챕터마다 소개하고 있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하나님은 손을 손가락으로 나누어 돈이 사이사이로 빠져나가도록 만드셨다”면서 “자선을 행함으로 인해 가난하게 되는 사람은 없다”고 믿었다.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은 “사람들은 벌어들인 소득으로 삶을 살아가며, 나누는 것으로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저자는 “부유함이 우리에게 오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머무르게 되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가치 있는 일에 신속하게 돈을 나누면, 돈은 우리를 통해 하나님을 높이고 다른 사람들을 돕는 방향으로 효과적으로 흘러간다고 전한다. 오직 그때에만 돈이 위험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우리 마음의 왕좌는 오직 한 자리이며, 부에 대한 욕망이 우리를 속박하려는 힘에 대항하라고 사도 바울의 경고를 인용해 조언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