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자식 가슴에 묻고 심해진 우울증… 복음의 능력으로 마음의 병 치유

입력 2021-10-11 03:06

간호사로 첫 발령을 받은 곳이 대학병원 정신과 병동이었다. 그런데 다양한 우울증 환자를 돌보던 내게 정신과 질환인 우울증이 찾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첫아이를 낳고 이유 없이 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는데, 6년 후 둘째 아이 출산 후에는 증세가 더 심해졌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불안과 불면에 시달렸고 감정 조절이 안 됐다. 몸은 늘 공중에 떠 있었고 눈꺼풀은 감기지 않고 다리도 경직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무서운 고통이 이어졌다. 평소 따뜻했던 남편조차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낼 때는 억장이 무너졌다.

죽기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근무하던 병원 의사에게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약을 먹으면서 잠은 좀 잤지만 여전히 몸은 가눌 수 없었다. 그러다 2000년 4월, 내 인생이 완전히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우울증약을 먹고 떨어져 자는 사이에 생후 4개월인 둘째 아이가 엎드려 자다가 질식돼 사망한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깊은 수렁에 빠져 그냥 죽고만 싶었다. 자식도 남편도 친구도 아무 힘이 되지 못하고 죽지 못해 살고 있던 그해 여름, 여동생의 권유로 첫째 아이를 데리고 한마음교회에 갔다.

목사님은 성경대로 사람의 몸으로 오신 예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 죽고, 성경대로 삼 일 만에 부활하셔서 우리의 주인이 되어 주신 창조주 하나님이라며 예수를 주인으로 믿지 않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주인으로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하셨다. 순간 머리에 번개를 맞는 것 같았다.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면 죽음이 끝이 아니고 천국이 있다는 것인데, 그럼 내 아이가 천국에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죽은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그럼 죽음이 끝이 아니잖아!’ 충격과 감격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때 평소 내 목덜미와 어깨를 꽉 누르고 있던 무언가가 몸에서 확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빛이 들어오니 어둠이 물러간 것이다. 흐릿했던 복음이 선명하게 들리며 그토록 나를 괴롭혔던 우울 증상들이 떠나가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그동안 내가 주인 되어 그렇게 불안하고 우울하여 잠을 못 잤구나!’ 폭포수 같은 회개 눈물을 쏟으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동안 검고 우울하게만 보이던 세상도 갑자기 환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정신질환이 생기는 근원적 이유가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선명히 인지됐다. 무엇보다 힘든 정신과 병동에 오랫동안 근무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에 감사가 나왔다. 자식을 먼저 보내고 그 자식을 가슴에 묻고,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슬픔이 사라지며 뒤틀렸던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신과 약도 단번에 끊었다. 완치할 수 없는 정신질환도 복음의 능력으로 완전히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점을 보러 다니고 제사를 지내던 시댁도 완전히 변화돼 지금은 명절 때마다 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끝까지 버티던 친정아버지는 목사님의 기도 후 복음을 받고 평안히 주님 품에 안겼다.

몇 년 후, 우연히 길에서 예전에 간호했던 환자를 만났는데 아직도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복음을 전했다. 성령의 역사로 그분과 함께 정신적 문제를 겪는 분들과 작은교회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내가 겪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잠시도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우울증이나 마음의 질병을 겪는 분들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참 기쁨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은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