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사주’ 정점식 의원실 압수수색… ‘제보 사주’ 박지원 입건

입력 2021-10-07 04:04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이 검찰에 제출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의 유통 경로 규명 차원에서 이뤄졌다. 국회사진기자단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실을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공수처는 동시에 ‘제보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공수처 수사3부는 6일 오전 약 1시간30분간 정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8월 국민의힘이 검찰에 제출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고발장’의 유통경로 규명 차원에서 이뤄졌다. 정 의원은 참고인 신분이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관련 피고소인 한동훈 검사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 등도 추가로 입건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전송한 의혹을 받는 고발장은 모두 두 건이다. 고발장들은 대검으로부터 김 의원에게 전달된 의혹을 받는다. 이 중 지난해 4월 8일 조씨가 받은 최 대표 관련 고발장은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실제 제출한 고발장과 흡사하다. 해당 고발장은 지난해 4월 22일 초안이 마련됐고 당시 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 의원에게 전달됐다. 4개월 뒤 정 의원 측이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조상규 변호사가 고발장을 작성했다. 정 의원 측은 초안을 누구로부터 전달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는 조씨 휴대전화에서 조씨와 김 의원 간 통화 녹음파일 2개를 복구하고 통화 내용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김 의원이 당시 전화통화에서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해왔다.

공수처는 이날 조 변호사의 사무실도 압수수색해 조 변호사가 작성한 고발장 1건을 압수했다. 조 변호사는 “고발장은 모두 공개된 상태였는데 이렇게 참고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정 의원은 압수수색 뒤 “관련 문건이 사무실 컴퓨터, 휴대전화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공수처에서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이번 사건은 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 국회의원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측이 ‘조씨의 제보 배후에 박 원장이 있다는 취지’로 고발한 사건도 수사에 착수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공수처가 제보사주 의혹 수사는 미루고 있다며 반발해왔다. 공수처의 입건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 등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국정원장실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주임검사를 기존 최석규 수사3부장검사에서 여운국 차장검사로 변경했다. 고발사주 및 제보사주 의혹 모두 여 차장검사가 지휘한다. 공수처는 최 부장검사는 고발사주 의혹이 아닌 기존에 수사하던 다른 사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