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포스트 코로나’가 기다리는 2022년의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해마다 이맘때쯤 다음 해 소비 트렌드를 예측한 책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해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팀이 전망하는 모습은 ‘나노사회’다. 나노(nano)는 아주 작은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내년 우리 사회와 공동체, 개인이 극도로 분화되고 파편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미로 나노사회라는 조어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6일 ‘트렌드 코리아 2022’(미래의창) 출간 관련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나노사회가 된다는 건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의미”라며 “나노사회는 내년 여러 변화의 근인(根因)이자 메가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폰, 알고리즘, 기술만능주의로 인해 개인은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있고 가뜩이나 원자화되는 사회에 코로나19가 결정타를 날렸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에코 체임버 효과(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는 못 듣고 자기들의 이야기만 증폭되는 현상)가 나타나는 게 나노사회 도래의 증표”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 내년에는 X세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X세대는 1970년대 이후 출생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모두 경험한 세대로 사회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은 40대가 주축이다. 모든 세대 중 인구 규모가 가장 크고 소비력도 가장 높다.
김 교수는 X세대가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며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엑스틴’(X-teen)이라고 부를 수 있다며 내년은 MZ세대에 견줘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던 X세대가 부각되는 ‘엑스틴 이즈 백’(엑스틴이 돌아왔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이프스타일 측면에서는 도시에 살면서도 시골 생활의 여유를 누리려는 ‘러스틱 라이프’가 유행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다”며 “고령화와 공동화 현상으로 시름을 겪고 있는 지자체들이 ‘러스틱 라이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김 교수가 뽑은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는 모두가 투자와 투잡에 나서는 ‘머니러시’, 자기만의 취향을 과시하는 쇼핑을 즐기는 ‘득템력’, 걱정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건강을 챙기는 ‘헬시플레저’, 자기관리에 철저한 신인류를 가리키는 ‘바른생활 루틴이’,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속으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기술인 ‘실재감테크’, 쇼핑몰에 가지 않고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를 통해 직접 물건을 사는 ‘라이크커머스’, 기업과 정치에서도 자기만의 서사가 갖는 힘이 강조되는 ‘내러티브 자본’이다.
김 교수는 10가지 키워드를 합쳐 내년 호랑이해를 ‘타이거 오어 캣’(TIGER OR CAT)으로 표현했다. 그는 “2022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 패러다임이 시작되는 첫해”라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복귀는 어렵고 또 다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호랑이가 될 것인지, 고양이가 될 것인지 기로에 서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