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50억 클럽’ 진위 규명 못하면 특검 불가피

입력 2021-10-07 04:01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6일 대장동 사업 투자사인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정한 로비 명단이라며 이른바 ‘50억 클럽’ 리스트를 공개했다. 해당자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무소속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경제 매체 사주 홍모씨 6명이다. 최 전 수석과 홍씨를 제외한 4명은 대장동 문제와 관련해 이미 몇 차례 이름이 오르내린 이들이다. 박 의원은 이 명단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이익금 배분 문제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과 복수의 제보를 통해 얻어졌다고 했다. 또 녹취록에 50억원까지는 아니지만 성남시의회 쪽에도 돈이 뿌려졌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대장동 사건은 수천억원대 이익금 규모는 물론, 로비 의혹까지 새로운 게 터져나올 때마다 그 수준이 일반 상식선을 초월하고 있다.

이들이 실제로 로비 대상인지, 아니면 김씨 등이 이익금을 더 차지하려고 엉뚱한 로비 명단을 둘러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명단이 나오자 당사자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그럼에도 현역 국회의원이 국민의 시선이 쏠린 국정감사장에서 명단을 공개한 만큼 검찰이 로비 의혹의 진위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내로라하는 법조계 인사들이 포함돼 있어 그 누구보다 더 엄정한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 꼭 50억원이 아니라 부당하게 받은 돈이 나온다면 반드시 의법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로비가 사실이 아니고 면책특권을 노린 ‘묻지마 폭로’인 게 드러날 경우 박 의원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장동 개발의 가장 큰 문제는 공공과 민간이 함께 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설계로 민간인들이 투자금에 비해 과도한 이익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로비를 하거나 이후 몇몇이 돈잔치를 벌인 사실이 드러날까봐 전방위로 입막음을 시도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지금쯤이면 수사를 통해 개발 설계의 문제점, 로비 의혹, 입막음 시도 등에 대한 진위가 어느 정도 드러나야 할 테지만 여전히 의혹만 넘치고 사실 규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사이 국민들의 분노만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지금처럼 수사가 느려터진다면 결국 특검 수사로 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일을 피하고 싶다면 검찰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분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