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美 ‘슈퍼리치’ 자산 40% ↑… 베이조스 1위

입력 2021-10-07 04:07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57)가 지난 7월 20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을 마친 뒤 미국 텍사스주 발사장에 무사히 귀환해 로켓 캡슐에서 내리며 웃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400대 ‘슈퍼리치’들은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했음에도 오히려 재산을 크게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존, 테슬라, 페이스북 등 빅테크 기업의 창업자들이 선두권을 차지한 반면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년 만에 순위 밖으로 밀려나 눈길을 끌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5일(현지시간) ‘2021년 미국 400대 부자 순위’를 발표하고 미국 최상위 부자 400명의 총자산이 전년보다 40% 증가한 4조5000억 달러(5344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슈퍼리치들의 자산이 증가하면서 순위에 들기 위한 부유함의 기준도 높아졌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400대 부자 순위의 마지노선은 21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29억 달러로 급상승했다.

슈퍼리치 상위권은 빅테크 기업 창업자들의 몫이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순자산은 지난해보다 220억 달러 증가한 2010억 달러(238조7000억원)로 집계되면서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포브스 슈퍼리치 순위에서 개인 자산이 2000억 달러를 넘긴 것은 베이조스가 처음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순자산 1905억 달러(226조2000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 힘입어 재산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달 29일 포브스 최신 집계에서 1위를 차지했던 머스크는 “베이조스에게 은메달을 선물하겠다”며 조롱한 바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1년 동안 주가가 63% 상승해 1345억 달러(159조6500억원)로 3위 자리를 유지했다. 백신 가짜뉴스 등 페이스북에 가해지는 사회적 비판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지난 5월 1조 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지난해 2위를 기록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부인 멀린다 게이츠와의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영향으로 4위로 밀려났다. 포브스는 “게이츠가 ‘톱2’에 들지 못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라고 전했다. 재산 분할로 57억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멀린다는 추정 자산 63억 달러(7조5000억원)로 158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400대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각각 5위와 6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웨어 회사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7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8위였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한 탓에 25년 만에 400대 부자 순위에서 밀려났다. 포브스는 “기술주, 가상화폐 등의 자산이 코로나 시대에 번창했고, 대도시의 부동산은 쇠약해졌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난할 사람을 찾고 있다면 본인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