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물가는 계속 치솟아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고물가) 공포가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각종 지표들은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만의 상황도 아니다. 미국 경제학자 스티븐 로치는 최근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 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가 1970년대 초에 목격한 것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경고다.
6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4~9월)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3분기 물가상승률은 2.6%로 2012년 1분기(3.0%)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4분기에는 전기요금 인상도 반영돼 물가가 더 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 1.8%는 달성이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어떻게든 2% 선에서 막겠다는 방침이다. 인상 압박이 큰 도시가스와 철도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요금을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키로 한 것도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물가 상승세를 감안한 조치다. 경기가 계속 살아난다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을 텐데,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3개월 만에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대형 외부 악재들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 우려를 가중시킨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여러 나라가 에너지 위기를 맞고 있고, 각국 물가의 연쇄 상승으로도 이어지는 중이다. 에너지 위기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이 본격 둔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각 경제주체들의 면밀한 대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별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놔야 한다.
[사설]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면밀한 대비 필요하다
입력 2021-10-0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