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발 사주·제보 사주 의혹 수사에 정치적 고려 없어야

입력 2021-10-07 04:02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해 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6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사무실과 조상규 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당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정 의원은 검찰이 작성했다는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조 변호사는 이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해 고발하도록 한 게 사실이라면 검찰권을 남용하고 정치에 개입한 국기 문란 사건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주자가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고발장 전달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여서 수사가 미칠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공수처는 엄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의혹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공수처가 이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는데 이 사건도 고발 사주 의혹 못지않게 중대한 사안이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제보를 통해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과정에 박 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위배한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국정원장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처벌도 받아야 할 일이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건들이라 여야가 온갖 주장과 주문을 쏟아낼 텐데 공수처는 흔들리지 말고 강단지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사건에 대한 예단과 정치적 고려를 일절 배제하고 오직 객관적 사실에 의거해 의혹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그게 국민들이 공수처에 기대하는 것이고 걸음마를 뗀 공수처가 신뢰 받는 수사기관으로 자리 잡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공수처가 압수수색에 나서자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했는데 납득할 수 없고 볼썽사나운 반응이다. 혐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수사를 통해 밝혀질 터이니 수사에 협조해야 마땅하지 않나. 박 원장도 부적절하고 가벼운 처신으로 의혹을 자초한 사실만으로도 국정원에 누를 끼친 책임을 통감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