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2.7억, 금리 2.7%’ 승부수 띄운 토뱅… 게임 체인저 되나

입력 2021-10-06 04:03
5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출범식에서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회사의 비전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토스뱅크 제공

3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5일 정식 출범하며 영업을 개시했다. 토스뱅크 가입을 위한 사전신청 참가자만 116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는 뜨겁다. 특히 주요 시중은행이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연일 대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파격적인 대출 한도·금리를 내세운 토스뱅크가 얼어붙은 대출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토스뱅크는 이날 사전신청에 참여한 고객들에게 순서대로 알림 메시지를 보내 은행 영업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알림을 받은 고객은 신용대출 조회·실행, 체크카드 발급, 계좌 생성 등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토스뱅크가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은 대출이다. 토스뱅크는 신용대출 최고한도 2억7000만원에 최저금리 연 2.76%,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1억5000만원 한도에 최저금리 3.26%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신용대출의 경우 연소득 이내라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은행권 최고 한도와 최저 수준 금리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에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이 연일 한도 축소·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갓 출범한 토스뱅크의 이런 조건은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NH농협·신한은행)은 신용대출 최대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했고, 마이너스통장은 최대 5000만원까지만 내주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의 선두주자급인 카카오뱅크도 최근 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제한했고 마이너스통장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신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술적으로 토스뱅크의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는 기존 은행 및 인터넷은행권의 최대 3배 수준이고 신용대출 한도도 상당히 높다. 기존 은행의 대출 봉쇄로 갈 곳을 잃은 서민들의 눈길을 충분히 끌 만한 조건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토스뱅크가 내세우는 최저금리는 ‘미끼 상품’처럼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사람들이 공정하게 평가받고 한도와 금리를 받아갈 수 있도록 (대출 상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포용’도 차별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는 “업권 구분 없는 데이터를 종합해 설계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활용했다”면서 “무조건 중저신용자라고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들 중 30% 정도의 ‘건전한 중저신용자’를 발굴해 안전성 있는 대출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은행권에서 사용되는 신용평가모형 하에서는 1금융권 대출 이력 등 기존 금융데이터가 있는 고객들만이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새로 개발한 TSS(토스스코어링시스템)는 금융데이터 외에 결제 내역, 잔고 등 비금융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실제 상환 능력을 평가한다. 홍 대표는 “기존 인터넷은행이 프라임 대출(고신용자 대출)에 치중했다는 평가를 알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적 방향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별도 조건 없이 무조건 연 2%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토스뱅크 통장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도 제한, 우대 조건 등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이 사용·투자 전까지 남는 목돈을 거치할 수 있는 ‘파킹 통장’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시중은행 수시입출금통장의 이율은 0.2~0.3%로, 토스뱅크에는 한참 못 미친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