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동성을 발판으로 ‘묻지마 상승’ 랠리를 펼쳤던 글로벌 증시가 동시다발적 악재로 주저앉았다. 사흘 연휴 끝 개장한 유가증권 시장은 6개월여 만에 3000선이 붕괴됐고, 코스닥시장도 3% 가까이 급락했다. 재부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에 미·중의 돌발 상황까지 돌출하면서 금융시장의 험난한 ‘포스트 코로나’ 여정이 예고된다.
코스피지수는 5일 직전 거래일보다 57.01포인트(1.89%) 하락한 2962.17로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가 30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24일(2996.35) 이후 6개월여 만이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560억원, 2345억원을 순매수했으나 6211억원을 순매도한 외국인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940.59까지 밀리며 2900선까지 위협했지만 장 마감 전 소폭 만회했다.
코스닥도 2거래일 연속 2% 이상 급락하면서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955.37로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최고치 경신 랠리를 펼쳤던 미국 나스닥지수는 전날 전 거래일보다 2.14% 급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30%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622.77포인트(2.19%) 급락한 2만7822.19에 종료됐다.
파랗게 질린 증시의 원인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장기화 또는 반등 여부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유동성 장세를 이끌어온 미국 내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부상한 가운데 미 의회의 부채한도 협상이 파행하면서 증시에 먹구름이 끼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일(현지시간)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장보다 1.74달러(2.3%) 상승한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하며 국제 유가는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풍력발전 부진 탓에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율이 감소하고 가격이 치솟았는데, 중국·인도 전력난까지 가세하며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탄소 배출 감축으로 알루미늄 구리 니켈 등 원자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공급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거세지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부족한 공급만으로 강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 탓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며 “아마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고, 생각보다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압력을 ‘일시적’이라고 치부했던 기존 입장에서 다소 비관적으로 선회한 것이다.
설상가상 국지적 악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 헝다 그룹은 홍콩 증시에서 거래가 중단됐고, 판타지아 홀딩스도 2억570만 달러 규모의 달러채 만기상환에 실패했다. 일본 증시도 새 내각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탈코로나 국면에서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도 여전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웠던 악재들이 더욱 심화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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