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예고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되자 국내외 기술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중국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로나19 이후 반등했던 증시는 다시 변동성 국면에 놓였으며 특히 지난해 코로나 수혜주들이 집중 타격을 입은 모습이다.
최근 한 달간(9월 7일~10월 4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2%가량 하락했다. 뉴욕 3대 지수인 다우존스(-3.9%)보다 낙폭이 2배 가까이 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5.2%)에 비해서도 큰 폭의 하락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대표 기술주인 애플(-9.8%) 마이크로소프트(-6.0%) 아마존닷컴(-8.3%) 페이스북(-13.3%) 등의 하락폭이 컸다. 이들 종목은 대표적 시장금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1.5% 안팎에서 거래된 지난달 28일과 4일에 급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정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된 성장주와 기술주 등이 조정을 받게 되는 식이다. 또 위험 회피 심리 강화에 따라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부담이 있는 종목을 주로 매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같은 나스닥 등 뉴욕 지수의 약세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주요 증시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 3대 지수 중 나스닥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코스피지수는 5일 6개월여 만에 종가 기준 30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 시장에서도 언택트(비대면), 바이오 등 기술주와 성장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인터넷 대장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01%, 4.72% 급락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주는 미 제약사 머크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등장까지 겹치면서 각각 7.02%, 12.10%나 주저앉았다. 토종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 개발에 주력했던 셀트리온이 경쟁사 소식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대표적 반도체주이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37%, 2.10%씩 나란히 하락했다. 이날은 시총 상위 10종목 가운데 현대차(보합)를 제외하고 모두 주가가 떨어졌다.
문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슈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모멘텀(동력)은 약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코스피 3분기 실적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4분기부터는 불투명하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올해 대비 내년 영업이익 증가폭은 지난 4월 40조원까지 확대됐다가 이후 계속 줄어들어 지난주 24조원 정도까지 하락했다. 내년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면서 “내년 이익 전망이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전까지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3분기 실적에도 주가 상승 동력은 강하지 않을 전망”이라며 “내년 실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환율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지만 외환 관련 손익에 따른 역효과도 존재한다”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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