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는 1900년대 초반 선진 어업기술을 앞서 받아들인 대한민국의 대표 어업항구로 번성했다. 1970년대에는 미포 만에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조선산업 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2014년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의 사업축소 등 조선업 불황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동구는 해양관광 자원개발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성장동력 하나를 더 추가했다.
현재 울산의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대왕암공원 출렁다리는 공원 내 북측해안 산책로의 돌출지형인 ‘햇개비’와 ‘수루방’ 사이에 길이 303m, 폭 1.5m로 해상 30~40m 높이에 조성됐다. 중간 지지대 없이 연결되는 난간 일체형 보도 현수교 방식으로, 한번에 성인(70㎏기준) 1285명까지 올라갈 수 있다.
출렁다리 왼쪽으로는 우리나라 대표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일산해수욕장을, 오른쪽으로는 대왕암공원의 150년 된 해송 숲을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접근하기 힘들었던 대왕암공원 북쪽 해안 산책로의 거칠고 웅장한 갯바위 등 바다 비경이 한눈에 보인다.
개장 11일 만에 입장객 10만명을 돌파한 뒤 68일째인 지난 9월 20일에는 입장객 50만명을 돌파했다. 석 달이 못 되어 60만명을 넘길 전망이다.
울산 동구는 ‘바다체험 관광도시 조성’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왔다. 관광도시를 선언하고 있는 타 지역과의 차별화를 위해 아기자기한 갯바위 사이로 게와 고둥 등 수산생물이 풍성한 동구 지역 연안 바다의 특성을 활용해 바다에서 수산생물을 잡아보며 즐기는 ‘체험형 관광’을 특화 중이다.
지난 2019년 여름에는 방어진 남진항 앞 해상에 울산 최초로 바다 위 물놀이 시설인 ‘남진바다 물놀이장’을 운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20년 여름에는 슬도 방파제 안쪽 바다에 직접 들어가 물고기와 조개 등을 잡아보는 ‘슬도 수산생물체험장’을 개장해 코로나19 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꽃바위 바다소리길 조성에 집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되어 확보한 국비 70억원을 포함해 총 100억원을 들여 방어동 화암항과 남·상진항 일대의 해안가를 정비, 어업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휴식 및 바다체험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다. 우리나라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방어진 화암추등대 입구에서 방어진항 남방파제까지 1.2㎞의 해안산책로를 만들고, 해안가를 정비해 바다캠핑장을 조성하여 그 일대의 얕은 해안을 수산생물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에 울산 동구 해안 곳곳에 있는 어항도 생업공간에 관광자원을 더하는 중이다.
동구 최대 어항인 방어진항은 1900년대 초반 대한민국 어업전진기지로 발전하면서 동구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울산 최초의 조선소인 방어진철공조선 터가 있고 일제강점기에 문을 열었던 100년 된 목욕탕이 아직 영업 중이다. 마을을 지키는 천년 용나무(방어동 곰솔), 동해안 최초의 방파제 축조를 기록한 ‘방파제 축조기념비’, 일본식 적산가옥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동구청은 방어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방어진항 뒤편 상가 일대를 동양의 거리, 서양의 거리, 화합의 거리로 조성했다. 또 1950년대에 지어진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동구 발전 과정과 방어진의 역사를 망라한 ‘방어진 박물관’을 올해 4월 개관했다. 방어진항의 싱싱한 수산물을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어진활어센터’를 지난해 말에 신축했다. 방어진항 남방파제의 경관조명을 시작으로 관광 어항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울산 동구 바다체험 관광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다. 관광시설 조성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해안가 주변의 시설물이 쾌적하게 정비되고 주차장과 휴식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방문객들의 SNS나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선순환이 이뤄져 자연스럽게 지역 상권도 살아나고 있다.
울산 동구는 체류형 체험 관광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관광인프라 조성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동구의 대표 관광지인 대왕암공원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대왕암공원은 1906년 동해안 최초로 울기등대가 들어선 곳으로, 93만㎡의 넓은 공간에 150년 된 울창한 해송 숲과 오토캠핑장, 전설이 깃든 기암괴석과 탁 트인 해안풍경, 야간경관이 아름다운 대왕교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대왕암공원 일대에 계절별로 대규모 꽃밭을 조성해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맥문동과 수국, 가을에는 꽃무릇과 해국, 겨울에는 유채꽃 등을 사시사철 볼 수 있다. 대왕암공원 해안 산책로를 정비해 대왕암에서 슬도~방어진항까지 트래킹 할 수 있도록 산책로도 가꾸었다.
출렁다리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대왕암공원 일대에는 울산시가 민간자본 545억원을 유치해 해상케이블카(1.5㎞)와 짚라인(0.94㎞)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에 착공해 2023년 준공할 계획이다. 동구는 이를 계기로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왕암공원~슬도 구간의 해안 산책로 인근에 대규모 민간자본을 유치해 숙박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울산시와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대왕암공원 인근의 방어진항을 새로운 관광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2025년까지 126억원을 투입하는 방어진항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이 일대를 어업과 관광, 역사와 문화가 있는 관광지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어촌뉴딜 300 사업에 선정된 동구 주전항에도 국비 등 96억원을 투입, 2022년 말까지 바다 체험장과 친수공간을 갖춘 해양레저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정천석 울산 동구청장 인터뷰
“체류형 관광산업 총력… 살맛 나는 도시 만들 것”
“체류형 관광산업 총력… 살맛 나는 도시 만들 것”
“체험 관광을 통해 동구를 살맛 나는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울산 동구는 조선업 불황에서 시작된 지역 경기 침체를 바다체험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극복 중이다.
정천석(69·사진) 울산 동구청장은 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지만 울산 동구의 풍경은 1년 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면서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온 바다체험 관광사업이 하나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동구의 경우 현대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일자리, 복지, 체육,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맡다시피 했지만, 지금은 불황이다 보니 지자체가 다 감당 해야된다”면서 “정신 바짝 차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구는 조선업 불황을 계기로 관광산업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바다 자원 관광화 사업을 강조했다. 울산 동구의 바다체험 관광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초선 구청장이었던 정 청장은 동구 12경 가운데 하나인 주전 몽돌해변에 물놀이장을 개장해 이른바 ‘대박’을 쳤다.
동구의 조선산업 역사와 바다 자원을 전국에 알리기 위한 ‘울산 조선·해양축제’와 한여름 밤바다에서 다양한 문화공연을 즐기는 ‘일산해수욕장 상설무대’도 그가 초선 구청장으로 있을 때 시작해 동구의 대표적인 여름 문화 관광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는 “출렁다리와 같은 관광시설물로 사람들의 발길을 오래 잡아두기는 힘들다”면서 “체험 관광 기반을 통해 울산 동구가 체류형 체험 관광도시로 안착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지역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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