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한 뒤 유원홀딩스 망하게…” 돈세탁·뇌물 창구로 설계 의혹

입력 2021-10-05 04:01
이른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동업한 ‘유원홀딩스’가 고의적 폐업을 통해 투자금을 손실 처리하는 방식의 돈세탁·뇌물 창구로 계획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얻은 수익 일부를 이 같은 방식으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이전하려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화천대유가 이러한 방식으로 수십억원을 전달하려 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화천대유는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파일에는 유원홀딩스(유원오가닉의 후신)를 지칭해 “투자금을 넣은 뒤 망하게 하자”고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사업자들이 얻은 개발이익을 분배하는 방안이 논의될 때 유원홀딩스에 대한 투자와 폐업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이 설립과 운영에 관여한 다양한 사업목적의 회사다. 법조계는 이러한 방식의 금전거래가 있었다면 돈세탁, 나아가 뇌물 소지가 있다고 본다.

정치권에서는 녹취파일에서 이 같은 내용과 함께 거론되는 액수가 총 70억원 또는 90억원가량으로 집계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원오가닉이 지난 1월 유원홀딩스로 사명을 바꿀 때에 이미 돈세탁이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이 전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청구해 발부받은 구속영장에 유원홀딩스 출자금 형식의 뇌물 혐의도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 측은 “녹취 내용은 우리도 모른다”고 했다. 전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때에는 일부 농담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유원홀딩스 법인등기에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검찰에 체포된 이후 “정민용 변호사와 천연비료 사업을 동업했다”고 밝혀 사실상 본인의 법인임을 인정했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일하며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 마련부터 우선협상대상자 심사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은 강제수사 착수 첫날 유원홀딩스를 압수수색했고 곧바로 정 변호사를 소환 조사했다.

녹취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건네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료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부터 폐업 방식 및 구체적인 액수가 거론되면서 유원홀딩스를 둘러싼 자금 흐름은 당분간 로비 의혹 수사의 핵심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화천대유 관계자는 유원홀딩스가 돈세탁 및 뇌물 창구로 계획됐다는 의혹에 대해 “확인해 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상헌 구승은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