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창밖 던졌다” → “맡겼다” 말 바꾸는 유, 의구심 키워

입력 2021-10-05 04:07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모습. 연합뉴스

검찰에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두고 엇갈린 진술을 내놓으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의 행방에 대해 해명이 오락가락하자 법조계에선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팀에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전날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휴대전화 판매업자에게 맡겼다고 말을 바꿨다고 한다.

검찰에 구속되기 전 유 전 본부장은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그는 지난달 30일 자택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버린 건 증거인멸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가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술 마시고 던졌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 변호인도 지난 3일 영장실질심사 후 “2주 전 교체한 휴대전화를 던진 것”이라며 그 전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는 사실과 관련해 주거지 안팎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압수수색 전후 과정에 창문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진 일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또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맡긴 판매업자가 누구인지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이 같은 ‘말 바꾸기’를 두고 법조계에선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현직 부장검사는 “휴대전화가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행방에 대해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과 함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꼽혀 왔다. 대장동 개발의 공모지침서 작성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유 전 본부장의 당시 행적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개입 정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유 전 본부장이 휴대전화의 행방과 관련해 진술을 번복한 것이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법원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과 도주가 염려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