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기시다 내각 출범… 한국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야

입력 2021-10-05 04:03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총재가 4일 일본의 100번째 총리로 선출됐다. 각료 20명 중 13명을 신참으로 채운 기시다 내각도 이날 출범했다. 쇄신 인사라 할 수 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강경 우익 인사를 총리 관저의 2인자이자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에 임명했고, 외교·안보 담당 각료는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쓰노 히로카즈 신임 관방장관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공식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또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함께 미국 지역신문에 일본 정부의 위안부 관련 책임을 부정하는 의견 광고를 낸 적도 있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유임됐다. 외교·안보 정책의 연속성 유지에 힘을 실었다고 볼 수 있다. 아베의 복심으로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는 문부과학상에서 경제산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장수 재무상을 지낸 아소 다로가 당 부총재가 되면서 아소의 처남인 스즈키 슌이치가 재무상을 맡게 됐다. 실력자 아베와 아소의 측근들이 여전히 요직을 꿰차고 있는 셈이다. 새 내각이 아베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일 관계의 앞날이 희망적일 텐데, 그럴 기미가 현재로선 잘 보이지 않아 실망스럽다.

결국 당내 온건파에 속하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과의 관계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펴낸 책에서 “북한과 대치할 때 한국의 협력을 빼고 일본의 단독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에게 취임 축하 서한을 보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뜻을 전했다. 기시다 내각의 적극적인 호응을 기대한다. 일본의 수출규제 폐지가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고, 양국 국민의 자유로운 왕래도 빨리 재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