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검찰에 구속 수감되면서 난맥으로 얽힌 의혹들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유씨는 시행사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민간 사업자가 4000억원대의 이익을 챙겼지만 성남시는 1800여억원의 이익을 얻는 데 그치도록 한 혐의(배임)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유씨가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사업 설계를 해주는 대가로 11억여원을 받았고, 700억원의 배당 수익도 챙기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 구속은 시작에 불과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해 설립했다. 산하기관 간부에 불과한 유씨 혼자만 민간 사업자 선정 과정이나 수익 배당 구조 설계 등에 관여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검찰은 당시 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를 포함해 성남시 고위관계자들의 관여 여부에 대해 철저히 수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또 화천대유 측 인사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최근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엔 관계자들이 여야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로비 명목으로 제공할 자금 350억원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 언쟁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얼마나 불법·비리가 많고 비정상적으로 수익을 챙겼으면 로비 자금 배분 논의까지 이뤄졌겠는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최근 3년간 577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김씨의 가족, 지인 등이 실소유주로 알려진 천화동인 1∼7호도 346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검찰은 이 막대한 수익이 어디로, 어떤 명목으로 흘러갔는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빌린 473억원 중 100억원이 대장동 아파트 분양 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전달됐는데, 이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인척 관계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 아들은 이 대행업체 관계사에서 근무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전 특검 딸은 화천대유에서 퇴직하며 회사 보유분 아파트를 분양받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바 했다.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수상한 돈 거래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곽상도 의원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받은 50억원의 성격,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법조계 인사들이 화천대유 고문을 맡으면서 한 역할 등도 명백히 규명돼야 한다. 검찰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길 기대한다.
[사설] 대장동 핵심 유동규 구속… 윗선과 로비 철저히 파헤쳐라
입력 2021-10-0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