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구속은 官 개입 확인 의미”… ‘윗선’ 수사 불가피

입력 2021-10-04 00:04
이른바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차량을 타고 이동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뉴시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되면서 법조계의 관심은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에 관여한 주변 인사, 나아가 ‘윗선’에 대한 수사의 확대 여부에 쏠리게 됐다. 민간 사업자들의 막대한 이익을 낳은 사업 구조가 만들어질 때 유 전 본부장이 단독적이고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했는지, 다른 인사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결국 조사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발부는 관(官)의 개입이 드러났다는 의미”라며 “전면 수사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3일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접한 검찰 관계자들은 그에 대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있었던 점에 주목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애초 검토되던 민간 사업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주주 협약서에서 없애는 데 관여했고, 결과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봤다. 이렇게 판단한 배임의 범행 구조가 적어도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해석이었다.

법조계는 향후 검찰의 주된 과제를 대장동 사업 설계 과정에서의 공모자 및 최종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확인으로 본다. 과연 성남도시개발공사 수준에서 단독으로 추진하고 결정한 사업인지, 이 과정에서 지시나 교감이 오간 다른 주체는 없는지 살피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이번 사태의 중심축을 공공기관의 배임으로 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익 배분을 둘러싼 로비나 뇌물 의혹들은 결국 배임의 토대 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은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의혹에 얽힌 장소들을 압수수색한 지 단 4일 만이다. 최근 대형 수사들의 전례에 비춰 이례적으로 수사 초기에 주요 피의자의 신병이 확보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른바 ‘정영학 녹취파일’ 등 주요한 증거가 검찰에 제출된 데 따른 일로도 해석된다. 이 녹취파일에는 민간 사업자들이 거둔 이익 일부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돌아가는 리베이트 정황이 담겼는데, 녹취파일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인사가 바로 유 전 본부장이었다고 한다.

법조계는 애초부터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휴대전화 판매업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맡겼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업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점 등이 증거인멸 시도로 비춰졌을 것이란 얘기다. 그가 언론을 통해 밝혔던 입장들은 조금씩 달라져 왔다. 유 전 본부장은 정영학 회계사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그는 최근 변호인을 통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와 정 회계사가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상대방이 부담하라고 싸우게 됐고, 이를 중재하다가 녹취됐다”는 입장을 냈다. 본인 말대로라면 개인적으로 연관이 없는 이들의 금전적 다툼을 중재했다는 얘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