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핵심’ 유동규 구속… 검찰 수사 탄력

입력 2021-10-04 04:05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던 모습. 연합뉴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키맨’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에 과도한 이익이 돌아가게 된 경위 및 금품 로비 여부 등의 규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판사는 3일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전날 유 전 본부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지난 1일 병원 응급실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4일 만에 핵심 관계인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유 전 본부장의 구속은 검찰이 확보한 녹취록과 함께 유 전 본부장이 조사에 불응하려 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최근 교체한 휴대전화를 검찰 압수수색 당시 창문 밖으로 던졌고 검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은 교체 전 사용한 휴대전화는 “판매업자에게 맡겼다”고 진술했지만 업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영장심사 후 ‘과거에 쓰던 휴대전화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장심사에서는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 등을 두고 검찰과 유 전 본부장 측 간 공방이 오갔다. 검찰은 녹취록 등을 근거로 유 전 본부장 등에게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뇌물이 전달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사업자금 등을 위해 차용증을 쓰고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로부터 11억8000만원을 빌린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에게 수백억원대 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논의하는 내용도 녹취록에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영장심사 후 기자들과 만나 “(700억원은) 우리가 김만배씨와 대화하면서 ‘뭐 줄 수 있냐’고 농담처럼 얘기한 것”이라며 “김씨가 ‘우리 후배(유 전 본부장)한테도 반 줄까’라고 했고 (유 전 본부장이) ‘주세요’라고 했는데, 그 다음부터 얼버무리고 안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은 “농담으로 한 얘기가 녹취돼서 약속한 것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로비 의혹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을 상대로 금품 로비 등의 사실 여부를 추궁할 계획이다. 유 전 본부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계 및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나성원 임주언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