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역결집 효과’?… 이재명 2차 슈퍼위크 득표율 더 올랐다

입력 2021-10-04 04:02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경선을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인천=최종학 선임기자

대선 본선직행의 9부 능선을 넘은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번 주말 마지막 수도권 지역순회경선과 3차 슈퍼위크를 남겨두고 있다. 마지막 경선일정의 최대 변수는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 사태다. 이 지사 측근으로 분류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사태의 핵심 연루자로 떠오르면서 야권 중심으로 이 지사 책임론이 분출하고 있다. 맞공세로 이에 대응 중인 이 지사의 전략에 선거인단이 현재와 같은 지지를 몰아줄 것이냐가 관건이다.

경선 초반부터 이어진 이 지사의 파죽지세는 대장지구 개발의혹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1일 제주, 2일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3일 열린 인천 지역순회경선과 2차 일반당원·국민 선거인단 투표 역시 이 지사의 과반승으로 마무리됐다. 2위 이낙연 전 대표와의 격차도 20만표 이상으로 벌어졌다.

오는 9일 지역순회경선이 열리는 경기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텃밭이다. 선거인단 수도 16만여명으로 경선이 치러진 단일 지역 기준으로 가장 많다. 3차 슈퍼위크 뚜껑을 열기 전에 1~2위 결선투표 진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란 다소 이른 전망마저 나온다.

민주당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이른바 ‘역결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지사의 2차 슈퍼위크 득표율은 58.17%로 1차 때 51.0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경쟁후보로 뛰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게이트에 대한 방어적 표가 1위 후보에게 모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어쩔 수 없이 1번에게 표를 던졌다는 문자가 쇄도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지사가 취하고 있는 ‘대장지구 사태 맞불 놓기’ 전략이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이번 사태를 ‘국민의힘 게이트’로 규정하고 맞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국민의힘이 대장지구 100%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점과 곽상도 의원을 비롯해 거론되는 정치·법조계 인사들이 친야당 성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사는 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사건을 곁가지를 갖고 흔들어대지만, 본류와 줄기는 국민의힘이 독식하려 했던 개발이익을 국민에게 돌려드린 그 노력과 투지에 대해 평가하실 거라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 사태가 저의 청렴함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수도권 경선과 3차 슈퍼위크까지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며 속도를 내고 있는 검찰 수사가 어디를 향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남시 측 추가 연루자가 나타나면 이 지사의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 이 지사는 유 전 본부장의 연루의혹은 ‘일부 공무원의 일탈’로 규정, 사안을 측근비리로 보는 시각에 선을 긋고 있다.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 국감에서도 여야 간의 ‘대장동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 지사는 “국감은 날 노리고 하는 것”이라며 “피할 수 없으면 즐기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현수 기자, 인천=박재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