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와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인공관절 수술은 국내에서 매년 약 10만건씩 이뤄지고 있다. 고령화로 2030년까지는 시행 횟수가 연간 20만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무릎 퇴행성관절염 경우 증상·통증이 약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 조절되지 않고 ‘0자’ ‘X자’ 다리처럼 하지의 정렬이 틀어져 보행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으면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X선상 관절 간격이 50% 이상 줄어들고 골극(관절이 닳아 끝 부분만 삐죽 솟은 상태)이 뚜렷이 관찰되는 것이 중기에 해당된다. 말기 관절염은 관절 간격이 완전 소실되고 위쪽 대퇴골 관절면과 아래 정강이뼈 관절면이 맞닿은 상태를 말한다.
나이와 크게 상관없지만 80세 이상에서는 객관적으로 인공관절 수술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보통 60세를 전후해 시행하는 것이 권고된다. 최근엔 수술 기법 발전, 인공관절 수명(15~20년) 증가로 이 보다 젊은 연령대에서도 수술을 적극 고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에 일찌감치 도입된 로봇 기술과 점차 진화하는 인공삽입물은 수술 후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국내 인공관절 수술 로봇의 경우 그간 해외에서 개발된 장비 뿐이었는데, 최근 국산 로봇이 등장해 활약상이 기대되고 있다. 중앙대병원은 지난해 6월 한국 기업이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큐비스-조인트’를 처음 도입해 무릎 인공관절 수술에 활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시행한 ‘2020년 수술 로봇 활용 실증’ 국책 사업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큐비스-조인트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상용화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다. 현재 중앙대병원 외에 10여개 관절 병원이 도입한 상태이며 인도 등 해외 도입 의료기관도 늘고 있다. 중앙대병원 정형외과 박용범 교수팀은 이 로봇의 개발 과정 단계부터 관여했으며 카데바(해부용 시신) 실험과 임상시험을 주도적으로 시행해 유효성 및 안전성을 검증했다.
큐비스-조인트는 자동 뼈 절삭 기능을 갖춘 ‘액티브(Active)’ 수술 로봇이다. 집도의가 CT영상 등을 바탕으로 사전에 세운 가상 수술계획에 따라 로봇이 스스로 움직여 정밀하게 뼈를 절제함으로써 인공관절이 정확한 위치에 삽입되도록 하는 것이 장점이다. 기존 로봇은 의사가 로봇을 잡고 시행하되 수술 의사의 잘못된 움직임을 제한하는 형태로 수술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 수술 중 환자의 관절 주변 조직 상태를 측정하고 이를 반영해 즉시 수술 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 필요 없는 조작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술 후 통증이나 출혈량을 줄이고 빠른 회복에 도움을 준다. 수술 부작용과 재수술 위험도 훨씬 낮다.
박용범 교수는 4일 “30명 대상의 임상시험을 통해 수술 후 하지 정렬과 관상면(앞에서 봤을 때)의 정확도는 각각 96.7% 이상으로 관찰됐고 시상면(옆에서 봤을 때)의 정확도는 93.3%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이상 반응이나 합병증 등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하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는 인공관절 로봇 수술의 만족도는 평균 80%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 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 것이다.
박 교수는 “다만 환자 만족도 결과는 수술 후 2년 이상 추적 관찰을 바탕으로 평가돼야 한다”면서 “이 로봇 장비를 이용한 수술이 시행된 지 1년 밖에 안된 시점으로 앞으로 1~2년 이후 만족도에 대한 보다 확실한 평가를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큐비스-조인트 도입 후 지금까지 80여건의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한 박 교수팀은 조만간 이에 대한 추가 연구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외국산 로봇은 로봇 개발 회사의 인공관절 삽입물만 사용 가능한데, 국산 로봇의 경우 여러 종류의 제품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박 교수는 “기존 인공관절 로봇은 수술 의사의 보조 역할로 수술 시 예측 범위를 벗어나는 걸 제한하는 정도의 역할을 주 기능으로 하지만 국산 로봇은 완전 자동으로 뼈절제를 시행해 수술 전 계획과의 오차를 최소화하며 최소 절개를 통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퇴부나 정강이뼈에 외상이나 관절 외 변형이 있는 경우, 금속이 박혀있는 경우 등 일반 수술법으로는 정확한 인공관절 삽입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적합하다. 다만 골다공증이 너무 심해 튼튼한 고정상태가 유지되지 않는 환자들의 경우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 어렵다. 또 인공관절 수술 후 회복되는 초기 한 달 정도 까지는 하지 근력이 약해 넘어짐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지팡이 같은 보조 기구의 사용이 권장된다.
고령화로 국내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무릎과 고관절(엉덩이) 등의 퇴행성관절염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2019년 기준 400만명을 넘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