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화천대유 돈 100억… 박영수 인척 사업가에 대여

입력 2021-10-04 04:05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인 사업가에게 100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전 특검이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그의 딸도 직원으로 일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던 터라 이 금전 대여도 큰 주목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은 김씨와 인척간의 금전 거래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원 중 100억원을 분양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분양대행업체는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화천대유가 시행에 나선 사업장의 아파트 분양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대표는 화천대유의 고문이던 박 전 특검의 인척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 금전 대여 소식이 전해지자 김씨가 이 대표에게 건넨 100억원 중 일부가 최종적으로 박 전 특검에게 전달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일었다. 박 전 특검과 화천대유의 연관이 여러 갈래에서 앞서 드러났었고, 김씨와 이 대표도 결국 박 전 특검을 통해 서로 알게 된 사이였기 때문이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4월부터 11월까지 화천대유의 상임고문으로 재직했었다. 그의 딸은 2015년부터 화천대유에서 일했으며 지난 6월 이 회사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분양받았다. 과거 박 전 특검이 이 대표가 운영하던 또 다른 한 코스닥 상장 법인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이력도 거론됐다.

다만 김씨와 박 전 특검 측은 이 거래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김씨 측은 “이씨와의 돈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없으며, 향후 조사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박 전 특검도 “이씨가 김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로부터는 고문료 이외에 받은 돈이 없으며, 이 대표는 촌수를 계산하기도 어려운 먼 친척이라고도 했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말 특검 활동을 시작하던 무렵부터 김씨와의 관계가 사실상 끊어졌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특검 시작 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최대한 자제했고 그러한 과정에서 기존 사회적 관계가 대부분 단절됐다”고 했다. 박 전 특검 측은 “김씨와도 관계가 단절돼 특검 이후 현재까지 전화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