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센터 대신 재택치료 “확진자 일상 회복에 마중물”

입력 2021-10-04 04:07

서울에 사는 A씨(43)의 초등학교 3학년 자녀 B양(9)은 다니던 피아노 학원 선생님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하던 지난달 20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B양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대신 열흘 동안 재택치료를 받았다.

A씨는 보호자 자격으로 함께 집에 머무르며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4시 관할 보건소에 모바일 메신저로 딸의 상태를 알렸다. 또 이틀에 한 번씩은 유선으로 모니터링을 받았다. 그는 “자치구별로 관리를 하다 보니 제도·시스템이 일부 부족해 보였다”면서도 “(생활치료센터 입소 시 옮길) 짐이 많고 규칙적 생활이 중요하다면 재택치료가 모든 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치료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B양처럼 코로나19 확진 이후에도 집에 머무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전국의 누적 재택치료자는 전날까지 613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5일과 비교해 1주 만에 1607명 늘었다. 이 기간에 관련 논의를 선도한 경기도에서만 1000명 이상이 새롭게 재택치료를 선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더 가속될 전망이다. 전국 17개 시·도가 모두 재택치료 관리계획을 수립해 제출했기 때문이다. 대상도 재택치료를 희망하는 경증·무증상 일반 성인 확진자까지로 넓혔다. 종전에는 소아·청소년 확진자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의 보호자라야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확대를 일상 회복의 마중물로 보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따라 늘어날 수밖에 없는 무증상·경증 확진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관리받을 수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단계적 일상회복 공개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의료대응이 (단계적 일상회복의) 핵심”이라며 “재택치료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정착 초기 현장 혼선을 해소하는 일은 과제다. B양도 담당자가 관련 정보와 절차를 정확히 몰라 확진 이튿날에야 재택치료를 결정하게 됐다. 격리에 필요한 물품이 담긴 키트도 중복으로 받았다. A씨는 “보건소와 시청의 서로 다른 담당자 3~4명에게 번갈아 가며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향후 재택치료자가 더 늘면서 이미 한계에 이른 업무 강도가 한층 강해질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서울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재택치료 대상자에게) 지급하는 키트가 아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부실하다는 민원이 많다”며 “행정 업무도 현실적으로 구청에 손을 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