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경찰을 폭행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아들 장용준(21·활동명 노엘)씨에게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음주 측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경찰이 관행적으로 측정 거부 혐의만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음주 운전자가 형량을 줄이려 꼼수를 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음주 운전 혐의를 사후에 입증하려면 그 과정이 까다롭다”며 “음주 측정으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 음주 운전 혐의 대신 음주 측정 거부 혐의만 적용하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 3일 말했다. 지난 1일 서초경찰서는 장씨에게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거부·무면허운전·재물손괴, 형법상 상해·공무집행방해의 5개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음주 운전 혐의는 뺐다.
경찰은 장씨가 사고 당일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CCTV 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경찰은 만취 상태인 장씨에 대한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사고 당일 석방했다. 음주 여부를 확인한 상태여서 음주 운전 혐의까지 적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를 두고 사후 음주 운전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측정 거부 혐의만 적용하는 관행이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 음주 운전 혐의는 ‘위드마크(Widmark) 방식’을 활용해 음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음주량과 체중, 성별 등을 토대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음주 당시 CCTV 영상과 주문 내역 등을 확보했더라도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등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위드마크 방식을 활용하더라도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통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만으로 송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취 운전자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음주 측정 거부 혐의는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씨가 만취였다면 음주 측정 거부 혐의만 적용될 경우 형량에 유리할 수 있다”며 “음주 운전 혐의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형량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