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수사, 대가성 입증 여부에 달렸다

입력 2021-10-04 04:03
곽상도 무소속 의원이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직 사퇴 기자회견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곽 의원은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논란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려도 오해를 더 크게 불러일으킬 뿐 불신이 거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둘러싼 여러 갈래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는 곽 의원의 아들이 받은 이례적 퇴직금에 대한 대가성 입증 여부가 검찰 수사의 관건이라고 본다. 곽 의원은 “위법한 일은 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곽 의원의 아들 곽모(31)씨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곽씨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는 검찰이 곽 의원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본다. 곽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는 대가로 곽 의원이 사업에 도움을 준 것이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업무 연관성과 대가 관계 등의 유무로 혐의를 판단해왔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는 직무 관련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이다. 곽 의원이 2013년 박근혜정부의 민정수석으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들이 화천대유에 입사하던 시점은 2015년으로 당시 곽 의원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이었다.

2016년 국회의원 당선 이후에도 교육위원회 등 비교적 부동산 개발과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해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곽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일이 있는지 등을 밝혀내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사건이 회자되고 있다. 정 전 총장은 2008년 9월 장남이 소유한 요트회사를 통해 모 회사로부터 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검찰은 정 전 총장이 유도탄 고속함 등 수주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고 판단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하급심에서는 혐의가 인정됐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후원금을 받은 주체가 요트회사인데 정 전 총장이 직접 돈을 받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파기환송 했다. 검찰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하는 쪽으로 공소장을 변경했고, 이후 징역 4년이 확정됐다.

검찰이 곽 의원과 아들을 ‘경제적 공동체’로 보지 않는다면 제3자뇌물죄로 구성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정 전 총장 사건에선 각종 사업과 관련해 상호 묵시적 인식과 양해 아래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

검찰은 곽씨가 받은 퇴직금이 곽 의원에게 일부 흘러 들어간 정황이 있는지, 곽 의원이 대장동 사업에 도움을 준 일이 있는지 등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전망이다. 또 화천대유 이사회가 곽씨의 퇴직금을 산정하는 과정에 대한 복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혜성 퇴직금을 주기 위해 퇴직금 지침을 갑자기 변경한 적은 없는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