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 ‘돼지’ ‘부패지옥’ ‘장물 도둑’… 대장동이 ‘사이다 이재명’ 불러냈다

입력 2021-10-04 04:05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직설적 발언을 아꼈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 대장지구 개발 의혹을 계기로 다시 ‘사이다 이재명’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지사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돼지’ ‘마귀’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동시에 국민 정서를 고려해 대장동 사업 당시 인사문제 등에 대해서는 “제 책임”이라며 누그러진 입장을 밝히며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3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경기지역 공약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자기(국민의힘)들은 이런 일에서 안 해먹은 일이 없다. 안 해먹은 일이 없어서 이재명이 설마 안 해먹었을 리가 있나 생각하는 것이다. 돼지니까”라며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야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지사는 연일 대장동 의혹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리며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 부산 경선 직후에도 국민의힘을 “장물을 나눠 가진 도둑”으로 지칭했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지금은 마귀의 힘으로 잠시 큰소리치지만, 곧 ‘부패지옥’을 맛볼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캠프 내에서는 이 지사가 발언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됐고, 이 지사가 대장동 사업의 설계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강공’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명 캠프 한 의원은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야 본선에서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며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개별 의원들도 대응을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도 대장동 의혹에 대한 국민 정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지사는 대장동 의혹 초기 당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공익환수사업” “상 받을 일”이라 말했지만, 최근에는 “관리자로서의 책임”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 지사는 제주 경선 승리 이후에도 “산하 공공기관 직원이 상도에서 벗어났다면 당연히 관리자로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힘의 공세에는 대응하고, 국민에게는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